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리샘 Jul 27. 2023

06 취업을 위한 힘찬 첫걸음

졸업만 하면 취업이 될 거라는 생각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졸업만 하면 어디든 취업이 될 거라는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한국어 강사 취업은 경력 없이는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다. 석사 졸업생은 많았고 나이대도 20대 후반까지 내려와 있었다. 생각한 것만큼 쉽지 않은 시작이었다.


몇 대학에 원서를 지원하고 떨어지고 그리고 쓰러져 생각이 많아지는 나를 보면서 남편이 한마디 했다. "벌써 지친 거야? 지금 떨어졌다고 우울한 거야?" 맞다. 우울했다. 왜? 쉽지 않지? 이러다 취업을 못하면 어떡하지. 생각이 많아졌고 더 조바심이 났다.  취준생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나는 서울대 한국어 교재의 초급 부분을 공부하고 피피티를 만들었어야 했다. 그래야 공부도 하고 혹시 있을 시강을 위한 준비도 가능했을 텐데 이런 준비는 하지 않고 막연히 될 거야 라는 생각이 무모했다. 지금은 몹시 후회한다. 수업 지도안도 연습하고 실제 유사 문법도 공부하고 지냈어야 했다. 늘 지나 봐야 후회를 하니 사람은 참 어리석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집에서 45분 거리의 우즈베키스탄과 키리키르스탄 이주민 여성이 있는 다문화 센터의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을 했다. 정말 절실하게 면접을 봤고 (아마 면접관들은 나의 눈빛을 읽었을 거다) 기회를 받았다.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그때의 기분을 잊지 않으려고 하지만 지금은 까마득하다. 그 마음도 그 간절한 눈빛도......


그래도 이 길을 가다 힘들면 그때 그 감정을 기억하려고 한다. 내가 이 일을 시작하면서 얼마나 기뻤는지 얼마나 그 기회가 고마웠는지 나는 잊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시작한 다문화 여성의 한국어 수업 초급, 일주일에 두 번 두 시간이었다.  어르신 부부도 계셨고 나이 드신 분도 그리고 어린 대학생, 아기 엄마들도 있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많았다. 한국인과 결혼하거나 잠시 일을 하러 온 외국인들이었다.




첫 수업! 한국어 첫 수업!


누구에게  보여준 적도 없고 배운 적도 없는 나만의 한국어 수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 같다. 학습자도 파악이 되지 않았고 교재도 파악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열정만큼은 정말 최고였던 가을이었다. 가을에 시작된 나의 한국어 수업은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학습자들에게 미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던 낯 뜨거운 수업이었다. 다른 일도 그렇겠지만 이 일은 교수 경험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많이 알려주려던 나의 욕심이 과했고 학습자들의 입장이 아닌 나의 입장에서의 수업. 수업은 소통인데 일방적인 수업. 혹 지금도 그러지 않을까 한 번씩 생각한다. "늘 나는 부족하다." 되뇌며 수업에 임한다. 그래야 보인다. 부족한 것이. 그리고 학습자의 눈을 보려 노력한다. 그들이 무엇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나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다행스럽게도 학습자들은 잘 따라와 주었고 감사해했다. 그게 눈에 보이니 나는 더 노력해야 했다. 어떻게 하면 실용적인 언어를 빠르게 습득하게 해 줄 수 있을까 뭐 이런 고민들로 수업 준비는 계속되었다. 이때 조금 아쉬웠던 것은 석사 시절 수업 교안을 많이 써 보지 못한 부분이었다. 수업 시간의 이런 연습이 부족했다.


이 부분의 수업 없이 우리는 현장에 나왔기에 이 수업 교안 작성하는 것은 아무래도 나에게는 어렵고 불완전했다. 그 후 수업 교안 관련 서적을 따로 구해 공부하기도 했고 전공 학과 교수님들이 올려놓으신 블로그도 참고하여 익혔다. (요즘은 학부 교수님들이 교안이나 문법 블로그를 하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 교안은 지금도 시강과 면접에서 활용되고 있으니 작성 요령이나 내용의 구성에 관한 부분은 익히는 것이 좋다. 지금도 아는 강사분은 수업 교안을 작성해서 수업에 들어가신다고 해서 내심 놀랐다.  



다문화 여성을 위한 수업은 '즐거운 한국어'교재로 시작되었고 그 교재의 교사 지침서도 모두 제공되었기에 그것을 읽고 또 읽고 자료 만들기를 반복했던 기억이 있다. 몰라서 즐거웠고 또 몰라서 무모했던 그 시절의 한국어 선생님인 나의 모습은 지금과는 사뭇 다르다. 새내기 냄새 물씬 나는 그런 모습이었다.



---다음


작가의 이전글 05 드디어 석사 논문을 마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