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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샘 Jul 16. 2023

05 드디어 석사 논문을 마치다.

오지 않을 것 같던 졸업이 내 앞에 왔다.

논문 심사가 잡히고 그것을 준비하면서 그제야 졸업이실감 났던 것 같다. 이제 거의 막바지구나 이제 곧 끝나겠구나 (또 시작임을 이때는 모르고). 그래서 더 열심히 마무리했다. 후회는 하고 싶지 않았다.


논문 심사날은 너무 떨렸다. 발표 울렁증이 도질 것 같았다.  세 분의 교수님 앞에서 발표라 그리고 질문에 대한 적합한 답을 해야 했다. 대학 소속의 한국어 강사, 교육 대학원 아래 기수, 기타 인문대 대학원생들도 온다고 했다. 아- 이건 아니지. 왜? 교수님들 만으로도 나는 힘든데 지켜보는 사람이 그렇게 많아지면 어쩌라고당혹스러웠다.


지금도 시강을 하고 면접을 보지만 평가받는 자리는 늘 어렵고 불편하다. 평가받기 싫으면 평가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글쎄 그것인들 쉬울까 싶다.


오후에 심사는 시작되었고 먼저 발표하는 것으로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어떻게 발표를 했는지 뭐라고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자리에 앉을 때까지 다른 교수님의 날카로운 질문에 우기는 대답을 했던 것을 나중에 기억해 내고 숨고 싶을 정도였다.


그다음 발표한 동기가 질문 공세에 멘붕이 온 것을 지켜본 나는 역시 매는 빨리 맞는 게 낮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 동기는 발표도 잘하고 그동안 한 번도 긴장하지 않았던 사람인데 교수님들의 질문이 날카로우니 버벅거렸다. 이렇게 혼자서 방어해야 하는 것이 논문 심사다. 지도 교수님도 도와줄 수 없는 자리이다.


동기와 서로 교수님들의 코멘트를 기록해 주기로 하고시작했던 터라 발표가 끝나고 우리는 서로의 보완 사항을 교환하고 지친 상태로 서로를 쳐다봤다. 그리고 웃었다. 이제야 끝이 보이는구나. 서로 고생했다는 위로도 보내고 심사날이 끝났다. 그리고 최종 심사를 위한 전체 수정이 다시 시작되었다.


후에 논문을 보완하고 최종 심사에서 다시 뵌 교수님들은 한층 부드러운 표정으로 고생했다고 말씀해 주셨다. 참으로 감사하고 벅찼다. 우리가 얼마나 힘들고 두려워하는지 아시는 것 같았다. 그 말들이 많은 위로가 되었다. 논문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잘 마친 것 같아 나름 뿌듯했다.


논문을 제본하고 완성본을 받았을 때는 실제 아무 감정도 들지 않았다. 그건 이미 과정 중에 모든 감정들이 소모되어서일 것이다. 논문을 제출하고 파일을 넘기니졸업식만 남았다. "아 드디어 해방이구나!" 이제는 좀 쉬어도 되겠구나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나를 위로하고 응원해 준 두 언니들, 두 후배님들, 일정을 같이 해준 후배님도 모두 감사했다. 그들이 없었다면 나는 이 과정을 잘 마칠 수 있었을까 싶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 아낌없이 지원을 하고 모든 집안일을 눈감아 준 나의 남편에게도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이렇게 나의 석사 과정은 끝났다. 졸업식날은 너무 더워 석사 옷을 입고 싶지도 않았다. 빨리 벗고 싶었다. 여름 졸업은 할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 후 박사도 여름 졸업을 하였다는 것.  이것은 운명인가 보다.  


땀 뻘뻘 흘리면서 사진을 찍고 후다닥 식당으로 갔던  졸업식 일정. 그래서 나는 석사 졸업식 사진이 두 장뿐이다. 증거용으로만 존재한다. 더위에 지친 우리들의 모습이 가끔 아이폰 추천 사진으로 뜨는데 볼 때마다 힘들었겠다 싶다.


그때는 이제 모든 것이 다 술술 해결될 것 같았지만 자격이 된다고 해서 경력도 없는 한국어 강사는 찾아 주지도 뽑아 주지도 않아 한동안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이때부터 나의 강사 취업을 위한 도전이 시작되었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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