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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샘 Oct 12. 2023

한국어 강사의 하루 01

요즘의 근황

지난 이야기를 쓰다 보니 요즘의 이야기도 쓰고 싶어졌다. 글이라는 게 일기처럼 쓰는 것이라 여기에 지금의 이야기도 이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중간중간 쓸까 한다. 뭐 딱히 대단하지도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이 요즘의 생활을 동경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소중하게 여기려고 노력한다.


한국어 강사가 되면 모든 게 다 마무리되는 것 같지만 실제 그렇지는 않다. 가끔 친한 지인들의 "그거 한국 사람이면 다 가르칠 수 있지 않아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화가 치민다. 이에 대해 모든 한국어 강사들은 나와 생각이 같을 것이다. 해 보라고 하고 싶다. 이게 그렇게 쉬운 것인가 한국어를 아는 것과 그것을 외국인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다른 일이다.


나 역시 처음의 시작은 그래도 좀 수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조금 창피하다는 것. 물론 한 길을 지나온 학자들에 비해 쉬운 건 사실이지만 이건 결코 쉽지 않다. 만약 쉬웠다면 지금 나는 이렇게 생활하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오랜 경력이 있는 분에게 여쭌 적이 있다. "얼마나 지나야 수업 준비가 편해질까요? 계속 이렇게 해야 하는 건가요?" 그랬더니 그분이 " 네? 저는 지금도 힘들고 지금도 계속 수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요. 이게 끝이 있겠습니까? 그냥 더 노력하는 거지요." 이 대답을 듣고 좌절한 적이 있다.


모두 온 힘을 다해 어떻게 하면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를 쉽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 같았다.


요즘 나는 두 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한 학교가 메인이고 다른 학교는 학생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고 커리큘럼과 학교마다 다른 방식을 경험하기 위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언제까지 이 길을 갈 수 있을까 싶은 위기감도 있다.


내가 다니고 싶다고 계속 다닐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학교가 나를 고용해야 가능하기에. 이 길을 가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물론 학생이다. 학생이 시작이고 학생이 그 끝이다. 그래서 내가 학교를 선택할 때 학생의 학습 의욕과 분위기가 우선이 된다.


한 학교는 학습 의욕이 높은 곳이고 다른 학교는 학생들이 예절도 바르고 밝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성향에 따라 학습 지도도 달라지지만 학습 의욕이 있어야 그것도 가능하다. 그래서 학습 의욕의 유무는 학교를 선택할 때 아주 중요하다.


공부는 안 하지만 밝은 학생들은 한국에서의 유학생활이 힘들지 않게 토닥거리고  학습 의욕이 많은 학생들에게는 실질적인 학습 자료를 주고 피드백을 해준다. 이게 내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전부이기에.


아르바이트나 취업이 목표인 학생들에게는 학업보다 그것이 우선이기에 일단 학부 진학이 목표인 학습자가많은 곳이 내가 바라는 학습자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야 쓰기나 듣기에 열심인 경우가 많았다. 특히 쓰기는 정말 더 신경 써서 가르치고 싶다. 이런 것들이 입학 시 자기소개를 할 때 도움이 되기에 열심히 도와주고 싶다.


4시간을 연강 하다 보면 지칠 때도 있다. 혼자 말하고 떠드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정말 모든 것을 혼자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편한 것도 있고 소속이 없어 힘들 때도 있다. 요즘은 시험 출제 기간이라 서로 연락도 하고 출제 피드백도 하지만 그 외에는 혼자 강의 준비하고 혼자 수업을 한다고 보면 된다.


이런 분위기가 삭막할 수 도 있지만 늘 사람사이에서 사회생활을 했던 나에게는 이런 시스템이 너무 마음에 든다.


학교 규모가 크면 더 틀이 잡혀있어 카페에 올라와 있는 지침을 바탕으로 업무를 하면 되고 학교 규모가 작으면 서로 의논하고 조율하면서 업무를 처리하기도 한다. 다니다 보니 나는 큰 학교의 정해진 매뉴얼에 적합한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가끔 일처리가 효율적이지 않은 것들이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아무리 비효율적이라 해도 그것을 해왔던 이들의 방식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그냥 그 방식대로 한다. 의문이 들고 왜?라는 생각도 들지만 나서서 개선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기에 이런 생각들은 그냥 혼자 하고 버리는 편이다.


예전에 첫 학교에서 이런 모든 것에 태클을 걸던 강사 한 분이 자의 반 타의 반 나간 경우를 보면 그냥 조용히사는 것이 제일이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모든 일에는 그렇게 하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다 해보고 이 방식을 선택했겠지라고.


중급으로 갈수록 문법이 많아지고 유사 문법을 정리해야 하는데 이게 외국 학습자 입장에서 보면 참 어렵겠다 생각이 든다.


이유, 추측의 문법이 특히 그런데 이런 것들을 따로 질문하는 학생들에게는 개인적으로 답변을 하면서 나 역시 공부를 하고 이런 점을 수업 시간에 더 설명해야겠구나 한다. 그래서 강사의 경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이런 경험에 있다.


강사가 수업을 많이 했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학습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수업 참여도를 높이고 거기에서의 의문점을 설명하고 비교하는 자료를 만드는 것이 꽤 중요하다.


일타 강사들의 수업을 가끔 본다. 어떻게 학생들을 사로잡고 무엇을 어떻게 풀어 설명하는지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서 보는데 그래서 알게 된 몇 가지 특징이 있다.


01 일단 말이 좀 빠르다.

02 그리고 반복한다.

03 또 마지막에는 수업 전반을 정리해 준다.


그래서 지금 내 수업에 조금은 적용하고 있다.


요즘은 유튜브도 하고 여기에 학습 자료도 만들면서 지내고 있다. 시간이 지나 진짜 온라인 콘텐츠가 더 활성화되면 직접 학생들을 대면하지 않아도 수업을 할 수 있겠지 하면서 여유 시간에 이런 것들을 하고 있다.


실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온라인 콘텐츠 개발이다. 혼자서 하기에 너무 막막해서 진입을 못하고 있지만 혹여 마음 맞는 누군가와 협업이 가능하다면 해보고 싶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 있는 한국어 학습자들을 위해 해보고 싶다. 요즘의 근황은 이렇다.


지금도 수업 가기 전 카페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나는요즘 이렇게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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