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지옥
요즈음은 5주 차가 넘어가면 실시하는 중간고사 기간이다. 중간고사는 해당 급교재의 반정도의 진도가 끝나면 진행된다. 이미 중간에 시험 관련 회의와 출제가 끝났다. 예전에 이 시험 출제로 인한 강사 간 마찰이 많았다고 들었다.
출제를 하면 강사들끼리 피드백을 하는데 이게 좀 조심스러운 부분이라 서로 예민하게 반응할 수도 있고 일의 강도가 조금 달라 이의도 제기했었다고도 한다. 다행히 지금은 출제가 문제은행식으로 바뀌어 강사들이 조금 편해졌다. 해당 지문은 두고 문제 예시를 바꾼다던가 또는 오타나 문제 배열을 바꾸는 식으로 정리가 되어 가고 있다.
각 학교마다 시험 관련 진행방식이 달라 이 부분도 각자의 학교 방식대로 따르면 된다. 강사에게 수업만 중요한 것이 아닌 시험 출제, 시험 감독, 제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채점 그리고 성적 통보까지 모두 중요한 일정이다.
어떤 학기는 모두 시험 감독과 채점을 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학기는 모든 과정을 비껴가는 운 좋은(?) 학기도 있다. 그리고 이번 학기처럼 두 학교 모두 시험 진행을 맡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학생들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라 참여는 안 했지만 성적표나 시험지를 보고 학생에 대해 참고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나도 이 시험 감독을 하면서 시행착오가 많았다. 성적을 파악하지 못해 잘하는 친구와 못하는 친구를 함께 두기도 했고 친한 친구를 나란히 배치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항들은 하루 참여하는 강사가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학생들은 기발한 방법으로 부정행위를 시도해서 강사들도 꾸준히? 노력해야 했다. 시험 자리 배치표를 수시로 수정하고 공지를 여러 번 하고 실제 당일 모든 전자기기를 수거해도 늘 학생들은 기발했다. 핸드폰이 하나 더 있는 경우도 있었다. 무릎 아래에 써 놓는 경우도있었다. 그리고 여러 번 주의를 주는 학생을 퇴장시켜야 하나 이런저런 고민들이 항상 있었다.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채점인데 특히, 쓰기 채점은 부분 점수가 있어 그날 시험 감독 강사가 모두 한 곳에 모여 한 문제씩 의논하면서 채점하여 진행한다. 부분 점수는 -1, -2 감점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마지막 긴 글쓰기 주제 글쓰기의 경우는 채점표를 확인한 후 그것을 기준으로 각자 채점하거나 반을 교차하여 채점하기도 한다.
우연한 기회에 말하기와 쓰기 채점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내가 채점하는 기준이 실제보다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습자들이 외국인 학습자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지금도 채점은 어렵다. 채점할 때마다 과연 내가 한 평가가 일관되었나를 자문해 본다.
중국인 학습자의 경우 원래 글쓰기 기초가 잘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논리적으로도 맞고 특히 한자식 어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글의 수준은 어휘로도 판단되기도 해서 그들의 한국어 수준에 비해 높은 경우가 많기는 한데 문장에 잘 맞지 않는 어려운 어휘를 쓰려는 경향이 강해 이로 인해 어색한 문장을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베트남 학습자의 경우는 비유가 좋은 문학적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띄어쓰기가 전혀 되지 않았고단락 구성도 잘 안되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언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몽골 학습자의 경우는 글이 조금 단순한 경우가 많아 (물론 나의 경우다) 어휘나 문법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편이었다. 국적별로 쓰기 스타일이 조금 다르다. 그래서 이러한 국적별 쓰기 경향에 따른 연구에 관심이 생겼다.
이렇게 요즘의 시험 기간이 가장 일이 많다. 육체적인 피로도보다 여러 과정을 진행하는 데에 문제가 생길까우려하는 데에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크다. 학생들이 시험을 보는 데 정작 강사의 스트레스와
긴장이 더 큰 것이다.
계속되는 채점과 성적 입력, 그리고 성적 통보까지가 한국어 강사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교육자가 수업만 하는 게 아니더라고 말하던 초등학교교사의 하소연이 생각난다. 교육하는 사람에게는 부수적으로 딸려오는 행정일이 있고 그런 것들은 당연한 것이라 말하기도 애매하다는 사실을 새삼 알았다.
이제 중간고사가 끝났다. 또 기말고사 일정이 다시 시작된다. 이러한 일들을 경력이 많으신 선배 강사님들은 계속해 오셨을 텐데. 그들을 진심 존경한다. 매 시간힘들 때마다 선배 강사들이 달리 보이고 스스로 겸손해진다. 이제 이번 학기의 후반부가 남았다.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