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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샘 May 18. 2024

개념 정리

한국어 강사 = 엄마, 레크리에이션 강사, 일타 강사

요즘 그런 생각을 해본다. 한국어 강사가 일타 강사처럼 강의만 하면 된다고 여겨 문법 공부에 영상, 자료, 도식화 등에 신경을 썼는데 아니었다는 생각을 한다. 강의로만 평가받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학기마다 하는 강의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엄마처럼 따스하고 학생들을 잘 감싸야하며 적절한 게임과 흥을 가진 사람이어야 했다.


나는 게임도 잘 못하고 흥도 없는 보통의 한국어 강사이다. 그냥 진지한 마음만 있는 강사 그래서 요즘 자꾸 작아진다. 그게 학생들에게 많이 미안하기도 하다. 내가 흥이 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나이에 이걸 후회할 줄은 몰랐다. 강의만 하면 되는 줄 알았고 쉽게 설명하는 방법을 지금도 터득해 가고 있는데 거기다 이런 능력까지 있어야 된다고 느껴지는 요즘 또 한숨만 나온다.


나는 몰랐다. 이런 것들로 아이들에게 위축될 줄은 정말 몰랐다. 강사들끼리 경쟁하는 게 강의 스킬이라고만 여겼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따뜻하게 말도 못 하고 애교도 없고 하지만 아이들 눈을 보면 울컥하는 나는 분명히 아이들을 사랑하는 강사인 것 같은데 다른 강사들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게다가 초급에서의 게임과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 활동을 거의 해 본 적이 없었던 내가 그걸 하고 더 잘하는 강사가 많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다들 어느 정도의 활동 게임을 준비하고 계시고 특히 수료날 준비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나는 그동안 뭘 보고 준비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침부터 머리가 좀 아팠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안 되는 좋아하지도 않는 게임을 익히고 룰을 배워야 하는 건가? 아님 나만의 필살기를 찾아야 하나 별 생각을 다 해봤다. 성격이 안 변하듯이 내가 좋아하는 것이 이미 익혀진 이 나이에 게임을 좋아하게 되거나 흥이 생기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남편에게도 무뚝뚝한 나의 성격이 아이들에게 상냥하게 되지도 않을 것이다. 아이들과 같이 하는 불과 삼 개월은 나의 진심을 알기에는 너무 부족한 시간이고 그 마음을 전하기에도 짧은 시간이다. 나는 따뜻한 마음도 흥도 전할 수 없는 부족한 강사인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아이들에게 소홀하거나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닌데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흥도 많고 표현도 좋은 분들을 보면 그래서 한없이 부럽다. 그것도 실력이라 믿는다. 그분들의 필살기라 여긴다. 이런 고민은 결국 나의 문제로 귀속된다. 나는 어떤 장점을 가진 강사가 될 것인가에 대해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될 것 같다.


나는 실력을 키워 토픽이나 쓰기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싶다. 일타 강사 쪽이 나의 성향에는 맞는 것 같다. 잘 가르친다면 다른 게 뭐가 필요할까 싶다. 결국은 실력이다. 수업 자료 준비도 누구보다 열심히 성의껏 하고 있는데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고  다른 것에 배분을 좀 해야 될 것 같다.


강의 평가 시즌이 돌아오니 아무래도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든다. 다들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리라. 중간만 가자 여기지만 잘하고 싶은 마음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런 욕심이 나를 성장시키는 것이기에 조금은 더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보려고 한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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