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학습자와 같은 시선
오늘은 모처럼 짐을 싸서 카페에서 종일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카페를 가든 도서관을 가든 공부하는 양은 비슷하지만 도서관에는 식당이 없다. 그래서 배가 고파 집으로 돌아오곤 해 오늘은 카페로 향했다.
카페도 치열한 자리싸움이 있어서 일찍 가서 일단 커피로 하루를 시작했다. 오래 머무는 대신 시간마다 음료와 샌드위치를 주문을 한다. 카페 자리 민폐녀가 되지 않으려면 그 정도 성의는 보여야 한다. 그래도 이곳에서는 언제든 음료도 식사도 해결할 수 있어 너무 편리하다.
빈도별로 많이 나오는 토픽 문법의 학습이 오늘 목표였다. 결국은 다 이루고 돌아왔다. 뭐 다 이해했다는 게 아니라 정리를 하면서 필독했다는 뜻이다. 이런 것들을 석사 시절 좀 했더라면 하는 생각과 실제 교재를 공부할 것이 아니라 교재마다 나오는 이런 문법의 비교, 유사 문법에 대한 공부를 했어야 했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
현장에서 가르치면서 그 포인트를 잡아 설명하기가 애매한 것들이 많다. 지금도 유튜브에 한국어 강사님들이 만들어 놓으신 영상이나 블로그 자료들은 상당히 도움이 된다. 국립국어원 문법 설명에서도 볼 수 없는 그 친절하고 날 것 같은 설명이 전공자가 아닌 내가 봤을 때는 더 도움이 된다.
요즘은 내가 전공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모르니까 학습자들 시선이 이해가 되고 언어적 감각이 발휘되면서 지식이 아닌 가르치는 직업에서 오는 절실함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종종 있다. 전문가적 해설은 못 하지만 이런 문법은 이게 포인트고 이 부분을 짚어야겠다 등등의 나만의 노하우가 쌓여 가고 있다.
그래서 요즘 시간을 많이 할애하면서 공부하고 있다. 다 알아야 이걸 체계적으로 묶어 설명도 가능하고 풀어 설명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일단 지식을 쌓고 있다. 이제 와서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이제라도 그러고 있다는 게 다행스럽다.
이번 학기가 끝날 때 가르친 학생이 "선생님은 정말 많은 것을 알려 주셨고 저는 그것 때문에 많이 성장했어요." 이 말 한마디에 가슴이 벅찼다. 늘 부족한 선생의 노력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그랬나 보다. 많은 날은 좌절하고 또 어떤 날은 가슴 벅찬 이런 날도 있다. 노력하면서 성장하는 그 아이처럼 나의 선생질도 노력하면서 실력이 늘고 있다.
오늘도 카페에 앉아 움직이지 않고 문법을 팠고 여러 유튜브 영상과 블로그 글, 논문을 뒤져가면 차이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내가 이해해야 자신 있게 가르칠 수 있기에 소리 내어 설명해 보았고 막히는 부분은 다시 자료를 찾았다. 이 책 하나를 정말 5번 이상은 보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임했다.ㅎㅎㅎ(나는 너무 진지하다.)
나는 늘 나의 국어 지식이 없음이 속상하다. 국어 전공자들이 부럽고 기초 체력이 있는 그들이 존경스러웠다. 그런데 요즘 공부를 하다 보니 나의 이런 무지함에서 쌓아 올리는 이런 지식도 시선과 수준이 같으니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 외우고 이해한 것들이 다시 내일이면 생각이 안 날 수도 있겠지만 ebs 강의까지 듣고 익히는 이 과정들이 언젠가는 빛을 발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새로운 학기에 만날 나의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도움이 되는 선생이 되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이제 시간도 제법 흘렀고 하고 싶은 강의들을 하고 있으니 마음의 여유도 시간의 여유도 가능해졌다. 그래서 좀 더 이런 공부의 시간을 늘려볼까 한다. 이런 것들이 나중에 영상 제작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영상을 제작하기 전에 내가 이러한 문법을 이해하고 질문이 들어올 것 같은 것도 미리 체크하면 좋을 듯싶다.
국어사전에 조사, 의존 명사를 검색하고 그 뜻을 여러 가지 정리하고 문형이 어떻게 결합해 있는지 등등 공부할 것은 천지다. 그래도 단풍이 든 귀갓길은 참 뿌듯했다. 계절이 깊어 이제 또 다른 계절이 시작될 것 같다. 하늘을 쳐다보면서 이렇게 또 한 해가 가는 것을 실감했다.
이렇게 모든 것을 걸고 이 일에만 매달려도 왜 이리 시간이 부족한지 나만 이런 것 같기도 하고 효율성이 없는 인간인가? 뭐 이런 생각도 들면서 내일은 다시 출강이다. 이것저것 그때 했더라면 하고 후회하기에는 앞에 쌓여있는 일들이 너무 많다. 일단 앞으로 나가는 게 먼저이다.
근육을 키우라는 브런치 독려 메시지에 부랴 부랴 글을 쓰고 나는 또다시 내일 강의 준비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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