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교재 만들기
한국어 분야에서는 교수요목이 영어처럼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다. 영어를 전공하신 분의 노트를 본 적이 있다. 그분은 정해진 문법 유형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정리해서 오랜 시간 수업을 해 오셨다고 한다. 그 걸 보니 정말 가르칠 것들의 정리가 잘 되어 있었고 거기에 예문만 다양하게 제시하면 어떤 대상을 수업하든지 다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한국어는 교재에 따라 문법이 다르다 전개 순서 문형의 형태가 모두 다르다. 이를테면 '-에'의 경우 '에'와 '에서'가 순서대로 나오든지 아니면 '-에 가다', '-에 오다' 이런 문형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수업을 여러 학교에서 하다 보니 그때마다 교재에 맞춰 피피티를 제작하는 게 좀 번거롭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문법에 따라 피피티를 만들어 놓고 필요에 따라 꺼내 쓰면 어떨까 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표현 문형이 조금씩 다르고 예문도 다르고 해서 잘 사용하지 못했을 것 같다. 국립국어원에서 교재에 나온 문형을 찾다 보면 이 역시 형태가 조금씩 다르기에 검색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동료들과 그런 푸념을 할 때가 있었다. 문형의 제시와 형태가 고정되어 이를 잘 숙지하고 만든 피피티가 다른 수업에서도 활용되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많다. 하지만 지금 각 학교들은 자신들만의 교재를 만드는 추세이고 이 역시 국제통용기준 내의 문법 안에서만 제시하면 되기에 그 출현 유무나 제시 순서는 각자의 선택이다.
그래서 이번 서울대에서 나온 최근 교재를 마지막으로 이 교재를 활용한 어학당을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다른 교재에 시간을 할애할 여유도 없거니와 한 교재를 여러 번 교수해서 정말 나의 교수법과 자료를 완성하는 게 목표가 되었다. 지금 이 길에 들어서는 분들은 국립 국어원 문법 교수 내용을 참고로 예문을 제시하시면 좋다. 다만 제시 예문의 수준이 문법 출현 수준과 일치하는 것만 사용하시면 된다.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늘 그 부분에 대한 목마름이 있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배가 되는 공부를 하지만 이 부분의 시간이 항상 부족하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자료의 구축이 완성되지 않아 늘 그 부분을 보완하는 데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은 이제 웬만한 것은 머리에 있어 수업을 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지만 학습자들의 가독성 있는 자료 제시를 위해서는 개선되어 가고 있는 피피티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림처럼 찍어 학습자들 머리에 남는 그런 자료가 목표다. 나 역시 그런 수업 자료로 배운 것이 가장 오래 남았다.
그리고 요즘 유사 문법 책 하나를 2번째 정독 정리 중이다. 한국어 문법 교수는 유사 문법의 형식적인 부분에 보통 초점이 있는 경우가 많다. 주어가 1인칭인가, 과거, 미래 시제가 활용이 되는가?, 뒤에 미래 시제가 가능한가, 부정이 가능한가 등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가르치다 보니 그것보다 의미의 구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요즘은 이유 문법, 부정적 결과 이유 문법, 추측 문법, 순차 표현, 즉시 표현 등의 유사한 문법끼리의 의미와 형태적 차이를 문법 문형만 듣고도 모두 설명이 가능하도록 혼잣말로 수업처럼 연습하고 있다. 애매하거나 헷갈리는 것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이만한 방법이 없다. 펜의 컬러를 달리 하여 정독하면서 노트를 만들고 있다.
어떤 질문이 들어와도 표 하나로 그 문법들을 다 정리할 수 있도록 공부 중이다. 컴퓨터 작업을 하다 하루씩은 도서관에 가서 책만 보는 연습을 하고 있으며 노트에 칠판 판서를 하듯 연습하고 있다. 학습자의 입장에서 헷갈리는 것을 내가 미리 알고 그 부분을 알려 준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공부 중이다.
이제 학기의 마감이 돌아와 채점에 성적 내느라 당분간 또 정신이 없겠지만 어학당 친구들과의 수업이 기다려지고 수업 준비도 병행할 예정이다. 어학당은 어학당대로 학부는 학부대로 다르지만 각 장점들이 있어계속 이렇게 수업을 하려고 한다.
이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크리스마스가 돌아온다. 생일보다도 더 기다려지는 크리스마스 지금도 캐럴을 들으며 공부를 하고 있을 정도로 캐럴과 크리스마스와 그 분위기를 아주 좋아한다. 어렸을 적의 추억 때문인 것 같다. 케이크를 예약하고 나니 이제 크리스마스를 맞을 준비가 끝난 것 같아 너무 좋다.
일상에 어떤 즐거움을 장치해 놓고 그걸 즐기는 소소한 일상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한 해를 잘 마무리해 보아야겠다.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