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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배운다는 건

정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by 모리샘

일본어를 배우는 게 벌써 20년이 넘었지만 나는 정작 일본어를 잘하지 못한다. 외국어라는 게 조금만 관심과 공부를 게을리하면 그동안의 노고가 한순간에 훅 하고 날아가 버린다는 것을 체감상 알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에 두 달 정도 미친 듯이 보는 거 듣는 거 읽는 거 말하는 거 등을 일본어로만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정말 확 늘었다는 기분이 들었고 왠지 다 말하고 듣고 읽기가 가능할 것처럼 손에 잡혔었다.


그런데 이런저런 일들이 생기고 슬슬 열정이 사라지니 다시 원위치가 되어 버리고 일본 드라마도 시큰둥해졌다. 애니메이션도 재미가 없고 볼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의 일본어 실력은 다시 원위치 그리고 요즘 다시 공부를 좀 해볼까 하고 시험 접수를 했다. 그것도 능력시험 2급 접수!! 아마 과락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과감하게 접수를 한 것은 공부라는 게 어떤 장치나 강제성이 없으면 절대 진전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게 무슨 내용인지 정확하게 모르는데 문제를 풀면 답을 맞히는 기이한 현상으로 쓸데없는 자신감이 올라간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감이란 게 무섭기는 하다. 대충 한자를 보고 읽고 확인하니 맞고 ㅎㅎ 몇 개의 결과로 기뻐하고.. 그리고 접수하고... 지금은 조금 겁나고


내용을 모르고 정확하게 해석도 안 되는데 답은 어떻게 맞은 건지 나도 모르겠다. 그래서 일단 공부는 해야 하고 결과도 필요해서 접수를 하고 요즘 공부를 하는 중이다. 가장 걱정이 되는 건 청해와 독해이다. 우리 한국 토픽과 비교하면 독해가 좀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보고 읽고 싶은 건 표지판이나 공지문 등의 생활문인데 이 급수는 정말 사회 전반의 문제를 심도 있게 그리고 필자의 생각이 꽤 비유적으로 나와 일본어가 완전하지 않은 나의 읽기로는 모두 답인 것 같고 또 모두 답이 아닌 것 같다는 그렇게 어려운 분야로 나는 독해를 느끼고 있다.


하지만 후에 혹여 시간이 되어 소세키의 '마음'을 원서로 읽게 된다면 나는 너무 행복할 것 같아 일단 독해가 어느 정도 되어야 문학에 접근할 수 있기에 시작은 했는데... 좌절 좌절 이제야 나의 학생들의 절망감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모국어 화자인 나에게 정말 쉬운 문제조차 힘들다는 사실을 내가 느끼고는 괜히 조금 미안해진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일반적인 외국어 학습자의 난제 청해 영역이 나를 겁나게 한다. 자주 듣고 발화하고 해야 들리고 말하고 하는데 나는 전형적인 문법파 그렇다고 문법을 잘하지도 않지만 공부라는 것에 대한 고루한 사고가 있는 옛날 사람이라 이 부분이 과락이 나오면 어쩌지 한다.


일본어는 한자와 청해가 난제이다. 하면 할수록 복합 동사의 뜻은 헷갈리고 발음은 못 알아듣고 이래서야 어디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까 싶은데 일단 일본어가 끝나야 또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으니 뭐 방법이 없다. 영어 토익 시험을 볼까 해서 그것은 내년에 준비할 생각이다. 하지만 벌써 노랑이 파랑이 책은 구매가 완료되어 나의 옆에 자리하고 있다.


공부는 못하는데 공부 욕심만 많고 열심히 안 하면서 잘하고 싶은 이 말도 안 되는 욕심이 늘 헛웃음만 나오게 하지만 그래도 계속 시도하고 있다는 게 어딘가! 때려치워야지 하다가 다시 공부하고 계속 반복이다. 그래서 내년에는 영어 과외를 좀 받아 볼까 한다. 계획은 한 2년 정도로 꾸준히 받아 무언가 지속되는 의미를 좀 가지고 싶고 강의는 좀 정리해서 줄여볼까 한다. 줄여질까는 모르겠지만 게다가 지금 임용 후보 공지도 받은 상태라 언제 연락이 올 지 모르는 강의도 있는데 뭐 가능성은 희박하니 일단은...


그리고 진짜 가을이 왔다. 바람이 그렇게 왔고 나의 옷 컬러에도 가을이 왔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고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빗소리와 바람을 일주일 동안 충분히 즐길 수 있게 지난주는 그랬다. 오늘은 진짜 가을 날씨이다. 이러다 눈이 오고 또 겨울이 오겠지만 그리고 그렇게 한 해가 또 지나가겠지만...


그리고 이제는 약을 먹어야 한다고 한다. 고지혈증 피하고 피해 봤지만 아무리 해도 피검사 수치가 떨어지지 않아 먹으면서 조절하는 수밖에 없다는 답을 듣고 슬프기보다는 그냥 받아들였다. 내 몸의 늙어감에 대해 이제는 받아들여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고 위로했다.


이제 시험까지 단 두 달이 남았다. 그동안 공부를 해서 이번에는 취득을 해 보겠다. 간신히라도 해야 미련이 없을 듯하다. 그리고 만약에 안 되면 다시 봐야 할 듯하다. 내년 여름까지 하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당분간 또 바쁜 일상을 살다가 돌아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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