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맑은샘 May 24. 2024

삶이 무거운 아이(1)

“복수할 거야!”

“죽어버릴 거야!”

윤태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윤태는 입학식 때부터 남달랐다. 반 아이들에게 수시로 소리를 질렀고, 조금만 부딪쳐도 벌컥벌컥 화를 냈다. 윤태는 주변 친구들에게 욕을 하고 때리기도 하면서 다른 아이들이 자기에게 서운하게 한다고, 놀이에 끼워 주지 않는다고 울면서 책가방을 들고 집에 가겠다고 했다. 그걸 막으면 아이들이나 교사를 발로 차고 복도까지 나와서 책가방을 던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윤태 엄마는 학교에서 연락이 오면 심장이 쿵쾅거렸다. 엄마는 아직도 20대,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어 열심히 키워 보려 했는데 갑자기 세상을 떠난 윤태 아빠를 잊지 못하고 있다. 엄마는 슬픔이 너무 커서 윤태의 상처를 보듬을 여력이 없다. 엄마는 학교에서 윤태가 말썽을 부린 걸 알면 무섭게 야단치고 때렸다. 그런 엄마가 무서운 윤태는 학교에 가서 아이들에게 복수하겠다고, 죽어버리겠다고 소리쳤다. 소리치다 더 분노가 올라오면 윤태도 (엄마처럼) 친구를 밀치고 발로 걷어차며 때린다.


윤태의 세상은 온통 깜깜하다. 아침이 와도 엄마는 늘 같은 표정으로 학교가라고 말만 한다. 윤태가 어제랑 똑같은 옷차림으로 책가방을 메고 나가도 엄마는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한다. 윤태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도 엄마는 아침을 챙겨 주지 않는다. 그래도 괜찮다. 윤태는 예전처럼 엄마가 웃으면서 학교 잘 갔다 오라고 해줬으면 좋겠다.

엄마는 눈에 눈물이 가득한 채로 침대에 멍하게 앉아 있다. 윤태는 무섭다. 아빠도 하루아침에 돌아가셨는데 엄마도 그럴까 봐 너무나 불안하다.      

윤태는 일부러 엄마에게 다가가서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인사를 했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공손하게 배꼽 인사로 했다. 그러면 교과서에는 엄마가 잘 다녀오라고 안아주기도 하던데 엄마는 여전히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일부러 엄마가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     

“에이, 씨”

그제야 엄마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윤태를 바라본다.

“혼난다. 그런 말 하면.”

윤태는 엄마에게 야단맞아 속상했지만, 한편으로는 대꾸해 준 엄마가 멍한 엄마보다 훨씬 좋다.     

 


3월, 2학년이 되고 처음 학교 가는 날이다.

새로 온 선생님이 윤태의 담임 선생님이 되었다. 전에 있던 선생님들은 윤태가 소리 지르고, 책상을 뒤집고 우는 걸 다 아는데 새로 온 담임선생님은 모르는 것 같았다.  


윤태의 눈에 담임 선생님은 엄마보다 훨씬 나이 들고 뚱뚱해 보였다. 하지만 엄마보다 열 배는 자주 웃었다. 첫날부터 선생님은 커다란 눈(선생님은 눈도 크고, 키도 크고, 목소리도 컸다.)으로 교실에 있는 아이들과 한 번씩 눈 맞춤을 하며 말했다.

“우리 반 아이들은 너무너무 사랑스럽구나. 일 년 동안 즐겁게 지내보자.”

선생님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승철이가 말했다.

“윤태는 사랑하기 힘들걸요.”

그 말에 윤태는 벌떡 일어나서 소리쳤다.

“복수할 거야. 너, 가만히 안 .”

반 아이들은 깜짝 놀라서 다들 윤태와 승철이를 쳐다봤지만, 선생님은 아무렇지 않게 계속 말했다.

“선생님은 윤태를 좋아해. 승철이도 아마 알게 될 거야.”

승철이는 흠칫 놀랐지만 실은 윤태가 훨씬 더 놀랐다.     

윤태를 좋아한다고 말을 언제 들었지? 예전에 아빠가 살아계실 때는 엄마도 아빠도 윤태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하지만 윤태는 작년부터 한 번도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선생님이 나를 좋아한다는 게 정말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