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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샘 Jul 04. 2024

무슨 말인지 모르겠나요?

1. 요즘 귀가 잘 안 들려.     


85세 엄마와 전화했다. 

“엄마, 이번 주 토요일 아버지 기일에 은서네 네 식구 다 온대요.”

“뭐라고?”

“네 식구 다 온다고.”

“내년 가운데라고?”

“아니, 엄마, 모임 얘기하는데 갑자기 내년 가운데가 왜 나와요?”

“7월이니까 일 년 가운데잖아.”  

   

2. 내가 듣고 싶은 대로


나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식당에서 해물찜을 먹는데 주인이 와서 말했다.

“과일과 식혜 드릴까요?”

“어머 고마워요. 조금 있다 주세요.”

나는 같이 먹고 있던 남편에게 말했다. 

“여기 서비스가 좋아졌나 봐. 안 주던 과일과 식혜를 준대.”

“뭔 소리야, 가위와 집게 준다고 했는데?”


3. 그런 것도 있었나?     


6학년 아이들 국어 수업 시간이었다. 속담을 요즘 말로 바꾸는 학습 내용이었다. 

선생님이 ‘목구멍이 포도청이다.’라는 속담을 칠판에 쓰며 물었다.

“얘들아, 이게 무슨 뜻일까? 포도청 들어봤니?”

아이들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포도로 담근 청이요.”

“아니, 그거 말고, 포도청은 옛날 경찰서야.”

”네? 왜 그걸 포도청이라고 했죠?

6학년 아이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4. 들어도 무슨 뜻인지? 너무 어려워!


요즘 학생뿐 아니라 젊은 세대와 학부모들의 문해력도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 

- 심심한 사과: 왜 사과를 심심하게 하지? (깊은 사과) 

- 금합니다.: 금(金)이니까 계속하라는 거죠(금지, 하지 말라는 뜻)

- 글피:? (내일- 모레- 글피/ 3일 뒤)

- 바투: 타투의 일종? ( 사이가 가깝게, 시간이 짧게, 수능 출제 용어)

- 중식 제공: 난 한식이 좋은데? (점심 식사 제공)  

- 금일: 금요일의 줄임말? (오늘)

- 고지식: 지식이 높다? (융통성이 없다.)     


1, 2번은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언어소통의 문제이다. 개인적으로 대화 주제와 상대방 입장을 고려한 듣기 노력이 필요하다. 자꾸 사람들을 만나고, 전화 통화를 하면서 의사소통을 계속해야 한다.      


3, 4번은 학생들과 젊은 세대에서 많이 나타난다. 교사들은 이런 문해력 부족의 원인으로 영상매체 이용의 증가(73%), 독서 소홀(54.3%), 한자 교육 소홀(11.3%), 어휘력 교육 소홀(13.9%)을 꼽았다.

코로나 이후 눈에 띄게 나타났고, 우리나라만의 문제라기보다 세계적인 추세다.


1. 긴 글 읽기를 싫어한다. 

- ㅈㄱㄴ ‘제곧내’ 약자, 제목이 곧 내용: 제목을 통해 글의 내용을 충분히 전달해서 설명 필요 없음을 의미

- EOM(End Of Message): 이메일 본문 읽지 않아도 주요 내용 이미 전달했음     

2.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른다.

- 자신의 힘으로 글을 이해하고 올바른 생각을 갖기가 힘들다. 

- 미디어와 여론에 그대로 따르거나 휩쓸린다. 

- 중요한 계약 체결이나 결정을 문제점 파악 못 하고 할 수도 있다.  

3. 수준 높은 읽기를 할 수 없으면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사고가 어렵다. 

- 문해력 저하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매리언 울프 교수, UCLA 난독연구센터장 )

   


문해력이 높을수록 더 건강하고 신뢰도가 높고, 소득이 높다는 연구 결과(경제협력개발기구, 2013년 국제성인역량조사참고)가 있다.     


스스로 문해력 향상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들이다. 

1. 규칙적인 독서, 자기 수준에 맞는 읽고 싶은 책을 골라 꾸준히 읽는다.

- 모르는 단어, 어휘가 나오면 어떤 내용일지 유추하면서 읽는다.

- 내가 작가, 주인공이라면?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며 읽는다.

2. 글쓰기, 책을 읽고 짧게 느낀 소감을 쓴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메모하기

3. 나만의 단어 책, 책을 읽다가 영화나 영상을 보다가 새로운 단어가 나오면 찾아보고 적어놓기

4. 같은 사건이나 주제를 다르게 쓴 글 읽기,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고 다른 사람과 토론하기  


학교에서는 코로나 이후 학생들의 학습 수준을 진단하여 기초학력과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앞으로도 난독증, 다문화 학생등 문해력이 향상을 돕기 위한 꾸준한 지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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