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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이 굽은 물고기

by 맑은샘

모처럼 맑은 토요일, 집 근처 하천을 산책했다. 아파트 사이를 흐르는 하천길 옆에 자전거를 타고 한강까지 달리는 사람들, 봄나물을 뜯는 아주머니들, 가벼운 차림으로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하천물에 물고기가 떼 지어 있었다. 내 팔뚝만 한 커다란 잉어들이 수 십 마리 모여 헤엄을 치고 있었다. 그중 유난히 하얗게 보이는 잉어가 있어 가까이 다가갔다. 그 잉어는 등 쪽에 곰팡이가 핀 듯 하얀 상처가 있었다. 헤엄치는 건 괜찮아 보였지만, 하얀 상처는 치료받아야 할 만큼 불편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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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옆에 아주 이상한 물고기가 있었다. 등이 굽은 잉어였다. 똑바로 헤엄을 쳐도 방향을 바꾸는 것처럼 보이고, 지느러미를 아주 힘들게 움직이고 있었다.

가끔 뉴스에서 환경오염으로 기형 물고기가 발생하고, 대표적인 현상이 등이 굽거나 아가미가 없는 물고기라는데, 직접 보기는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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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하천은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라 시작할 때는 비교적 깨끗한 물이다. 새가 날아오고, 청둥오리가 무리 지어 살고, 물고기도 많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를 지나면서 빗물이 유입되고, 처리된 생활하수가 합쳐지면서 오염이 되었나 보다.


등 굽은 물고기를 걱정하며 하천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몇몇 어린이들이 징검다리를 건너다가 신발을 벗고 하천물 안으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한 명이 들어가니 우르르 따라서 들어가서는 아직 안 들어온 친구들을 오라고 부른다.

문득 나는 아이들이 들어가서 놀아도 괜찮은 건지, 수영하는 건 아니지만 혹시나 물을 뿌리며 놀거나, 발을 담그고 놀다 피부병이 걸리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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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하천은 아이들의 놀이터였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맑은 날씨 거나 하천 상류는 괜찮지만, 비가 오거나 하천 하류로 갈수록 생활하수가 유입하면서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

나는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얘들아, 놀고 나서 집에 가면 꼭 씻어야 해.”

제법 큰 남학생들이라 힐금 쳐다보기만 했다.


환경은 우리 삶과 아주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 내가 노는 물이 깨끗한지, 내가 뜯은 나물이 먹을 만한 건지 우리 스스로 챙겨야 한다. 깨끗한 환경이 아니라면 놀지 않고, 먹지 않는 게 최선이다. 등이 굽은 물고기처럼 잘 모르는 사이 우리도 환경에 오염되었는지도 모른다.

104404_52555_133 (1).jpg <환경위기시걔 2023 한국발표 이미지(출처:환경재단/디자인:이제석 소장)>

환경위기가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환경위기시계가 ‘매우 위험’을 뜻하는 밤 9시가 넘었다. 이런 시기에 내가 뭘 해야 할지, 그게 과연 환경위기를 막을 수 있을지 막막하다. 하지만 우리 동네 하천을 지키는 건 할 수 있지 않을까? 생활하수가 유입되는 거니 샴푸나 세제 사용을 줄이고, 물을 아껴서 쓰는 등 작은 일부터 실천할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하천에서 노는 걸 마음 편하게 바라볼 수 있기를, 등 굽은 물고기가 줄어들기를, 하얗게 상처 난 잉어가 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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