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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백일축하

by 맑은샘

6월 11일, 1학년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고 딱 백일이 되는 날이다. 1학년 아이들에게 '백일동안 학교 다니면서 가장 재미있는 활동은 뭐니?'라고 물었더니, 현장학습과 운동회라고 했다. 현장학습은 친구들이랑 버스를 타고 목장에 가서 체험을 해서, 운동회는 전교생과 부모님이 함께 해서 재밌었다고 했다.

학부모 공개수업은 엄마 아빠가 오셔서 좋았지만, 신경을 많이 쓴 날이었다. 부모님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 주고, 발표도 열심히 하려고 많이 긴장했나 보다.


태어나서 백일잔치를 한 건 기억하지 못하지만(어떤 아이는 백일 떡 먹은 게 기억난다고 했다), 학교에 입학하고 백일째 되는 날은 또렷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즐겁고 재밌는 기억으로 추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1학년 아이들을 위한 <백일축하수업>을 준비했다.


첫 번째, '백일축하 시' 제목 정하기

산수유, 산철쭉, 목련, 개나리, 진달래, 민들레꽃은 아닙니다.

하*, 시*, 다*, 가*, 유*,

지*, 한*, 혜*, 제*, 상*

윤*, 정*, 우*, 준*, 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아이들 꽃

올해 일 학년 15명의 꽃이 피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제목을 뭐라고 하면 좋을지 물었다.

“꽃”

“아이들 꽃”

“단 하나뿐인 아이들 꽃”

너희들이 바로 그런 소중한 존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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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용기> 그림책 읽어주기

버나드 와버가 쓰고 그린 그림책 <용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용기엔 여러 종류가 있지. 굉장한 것부터 언제라도 할 수 있는 모험까지

보조 바퀴 없이 자전거 달리기

내일 위해 사탕을 남겨 두는 거

어린 동생을 아무도 괴롭히지 못하게 하는 거

캄캄한 방에서 잠자는 것

무서운 놀이기구를 한 번 더 타는 것


세 번째, 백일 동안 용기를 낸 각자 소감을 표현하기

아이들에게 직접 용기를 낸 걸 표현하기 위해 학습지를 나눠 줬다.

아이들은 이렇게 물었다.

“이 학습지 누가 만들었나요?”
“선생님이 만들었지.”

“와, 정말 잘 그렸는데요!”

뭐라고? 나는 뭉클했다. 내가 제일 자신 없는 게 그림 그리기인데. 아이들이 나에게 용기를 줬다.


아이들이 3월 4일 학교에 입학한 후 백일동안 용기를 내서 한 활동들이다.

- 색칠하기

- 색종이 접기

- 먼저 사과하기

- 공부시간에 말 잘하기

- 야채 먹기

- 젓가락질하기

- 글씨를 바르게 쓰기

- 화장실 가기

마지막 '화장실 가기'는 아이들이 길게 설명을 했다. 유치원 때는 아무 때나 갔는데, 학교 와서는 쉬는 시간에만 간다, 이건 정말 어려운 거다, 용기가 필요한 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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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축하수업을 하고 난 후 1학년 아이들에게 백일 축하 백설기와 과자를 선물했다.

아이들이 100일 축하를 기억하기를, 앞으로도 용기를 내서 많이 배우고 자라기를 바란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꽃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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