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아이를 처음 만날 때 49명의 아이들이 한눈에 보였다. 일 학년 아이들이 얼마나 천사처럼 예쁘던지 떨리는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첫 발령에 1학년 맡은 게 어떤지 잘 몰랐다. 바로 다음 날부터 의자에 앉은 채로 오줌을 싸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뒤처리를 못했다고 나를 막 불렀다. 갑자기 아이들이 천사가 아니라 갓난아기로 보였다. 어떻게 이런 아이들이 있나 싶었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오줌 똥을 싸는 아이는 49명 중에 딱 2명이었다. 나머지 아이들은 절대 그런 실수를 하지 않는 의젓한 아이들이었다.
처음에는 교실 안 아이들이 전체로 보였다. 부드러운 햇살같이 미소를 짓는 아이들, 파도처럼 큰소리로 떠드는 아이들, 폭풍처럼 정신없이 싸우는 아이들이라고 착각하였다. 하지만 수시로 변하는 교실 분위기는 전체 아이들 때문이 아니라 한두 명의 아이들 때문에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교사는 빨리 아이들을 한 명씩 보아야 한다. 한 명씩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아마도 발표를 잘하거나, 장난을 치거나, 친구랑 싸우는 아이가 가장 먼저 보일 것이다. 하지만 조용히 선생님을 지켜보는 평범해 보이는, 눈에 띄지 않는 아이들도 한 명씩 제대로 알아봐야 한다.
학기 초인 3월에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짧아도 한 마디씩 발표를 하도록 하는 게 좋다. 아이들이 하는 말은 잘 기억하고, 메모하는 것도 필요하다. 첫날부터 ‘할머니랑 살고 있다’,‘아빠가 지방에 있다’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어떤 아이는 “엄마가 뭐예요? 난 엄마가 없다고요” 하고 말한다.
아이들 말은 모래밭에서 캐는 사금이다. 같이 파묻혀 있을 때는 모래처럼 흔해 보이지만 교사가 그걸 제대로 알아봐 주면 엄청난 가치를 갖게 된다.
교사는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을 한 명씩 바라봐야 하고, 아이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 가끔 반짝이는 금이 아니라, 깊은 상처를 오래오래 간직한 진주를 발견할 때도 있다. 그러면 많이 당황스러워진다. 하지만 놀라거나 호들갑스러우면 아이가 더 당황한다. 아이의 말을 잘 적어 놓고 기억해 주면 된다.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일 년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나겠는가! 이런 아이라는 걸 기억하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는 거다. 금처럼 진주처럼 빛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