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학교에서 만난 동갑내기 지영 선생, 34년간 학교 교사로, 화가로 치열하게 살다가 2년 전에 명예퇴직을 했다. 우린 요즘도 가끔 만나 바로 엊그제 일처럼 초임교사 시절을 추억한다.
너무 잘하려고 했어. 그냥 하면 되는 건데
그렇다고 뭘 그닥 잘한 것도 없으면서 부담스럽기만 했지
그냥 할 때가 더 편안하고, 자연스럽고 좋았잖아
그것도 다 끝나니까 하는 말이지. 지금도 초임 교사들은 엄청 긴장하고, 불안할 거야.
우리가 그런 것처럼
처음에 나는 잘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 아이들이 모르는 걸 물을 때 척척 대답해 주고 싶었다. 지금 보면 딱 AI 선생님이다. 구구단을 못 외우거나, 나눗셈을 모르는 아이는 남겨서 보충 지도를 했다. 반 아이 모두 완전하게 이해하는 완전 학습을 꿈꿨다.
하지만 뛰어나게 잘하는 아이가 있는 만큼, 뛰어나게 못 하는 아이도 있다는 걸 알았다. 아이들은 각자 자기 속도대로 배워나갔다. 교사가 잡아당겨도 아직 때가 되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했다. 한글을 잘 모르는 아이와 한 시간 동안 ‘우리나라’를 공부하고, 집에 가기 전에 물었더니 ‘대한민국’이라고 했다.
그 후로 나는 배우는 교사가 되기로 했다. 교사가 잘 가르치려면 잘 배워야 했다. 아이들이 왜 그런지, 이걸 왜 이해하지 못하는지, 이 아이는 왜 아침마다 늦게 오는지……. 아이들을 살피며 배웠다. 학교 교육이 가정교육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 출발점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보니 아이들이 이해되고 참 대견스러웠다.
교사는 누가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배우고 자라는 사람이다. 주변 동료 교사나 선배를 통해 배우고, 내가 읽은 책, 본 영화,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배운다. 교단 일기나 메모를 꾸준히 쓰는 것도 좋은 배움의 과정이다. 하루를 정리하고, 생각하며 많이 배운다.
교사는 학교에서 자연스럽고 편안해야 한다. 즐거워야 한다. 그래야 반 아이들도 함께 즐겁다. 교사가 기쁘게 하고 싶은 교육활동을 하면, 아이들도 덩달아 학교가 즐겁다. 지영 선생은 아이들과 지내며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를 열었다. 아이들에게 그림 지도를 하고, 학교 근처 담에 벽화를 그렸다. 교사가 자기 삶을 당당하게 살아가는 걸 보면서 아이들도 활기차게 자기 미래를 꿈꾸게 된다.
아이들은 귀한 존재다. 교사도 아이들과 함께 하루하루 배워 나가며 살아가는 귀한 존재다. 교사로서 너무 완벽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숨구멍이 있어야 아이들이 더 활기차게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