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초임교사 시절, 우리 반 아이들의 꿈은 ‘선생님, 의사, 과학자, 경찰/군인’가 가장 많았다. 요즘 아이들의 꿈은 ‘유투버, 운동선수, 게임개발자, 연예인’이다. 안정된 꿈보다 재밌는 꿈으로 바뀌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선생님'이 꿈이었는데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요즘 아이들의 꿈은 수시로 바뀐다. 1학년 때 꿈과 6학년 때 꿈이 다른 경우가 많다. 게다가 요즘은 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길 꺼린다.
예전에는 장래 희망과 진로 교육이 같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이 “훈이야 발표해 볼래?” 하면 “네, 선생님! 군인이 되고 싶은 훈이가 발표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하기도 했다. 그만큼 장래 희망을 찾는 게 진로 교육이고, 그 꿈이 곧 ‘직업’으로 연결되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직업을 묻는 꿈에 대해 말하는 걸 부담스러워한다.
아무리 어려도 아이들은 알고 있다.
아이들이 대답을 하면
“유트버? 그게 잘 되기가 어려울 텐데.”
“의사? 공부 열심히 해야겠네”
“게임 좋아한다고 게임 개발자 되는 건 아닐 텐데.”
이런 비교와 평가의 말이 나올까 봐 싫다.
그렇다고 꿈이 없다고 하기도 어렵다.
“지금까지 꿈이 없다고? 아니, 어떻게 살려고, 미리미리 준비해야지.”
하지만 아이들은 알고 있다. 내가 정한 직업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사라지는 직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10년 뒤, 20년 뒤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자신이 원했던 직업이 사라지면 어떻게 하나? 아이들은 그것도 걱정스럽다.
요즘 아이들은 꿈을 골똘하게 생각할 겨를이 없다. 너무 바쁜 하루일과로 지쳐있다. 학원, 학원, 숙제, 시험, 경쟁 때문에 부담이 크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게 없는 게 아니다. 아이들은 천천히 생각하면서, 여러 가지 해보고 싶어 한다. 예전 아이들처럼 빨리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 어른은 바쁘고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지금이 좋다. 단 어른들이 좀 더 자신들을 존중해 주고 자유롭게 해 주길 원한다.
아이들은 “네 꿈이 뭐니?”라는 질문보다
“네가 잘하고 싶은 건 뭐니?”
“요즘 재미있는 건 뭐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는 게 있어?”라는 질문을 더 좋아한다.
아이들의 마음과 흥미를 물어보기 때문이다.
6학년 졸업을 앞둔 아이들과 만나서 앞으로 뭘 하고 싶냐고 물으면
- 돕고 싶다
- 만들고 싶다
- 직접 노래를 만들어서 부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무엇이 되겠다'는 말보다 ‘어떻게 살고 싶다’라고 말한다.
돕는 사람이 되고 싶은 아이는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꿈을 찾아갈 수 있다. ‘돕고 싶다'는 동사형 꿈은 변하지 않고 어디서든 이어진다. 어른이 될 때까지 기다리고 미루지 않아도 된다. 바로 지금부터 실천하면서 꿈을 키울 수 있다.
아이들에게 묻는 꿈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네 꿈은 뭐야?” ‘교사, 의사, 운동선수’라는 정답처럼 정해진 직업을 말하는 질문은 하지 말자.
“너는 어떻게 살고 싶니?”
“너는 뭐 할 때 가장 즐겁니?” 하고 물어보자.
꿈이 꼭 하나일 필요는 없다. 바뀌어도 괜찮다. 방향을 잡고 가다가 다른 것에 관심을 가져도 된다.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하고 직접 해 보는 그런 시간을 충분히 갖도록 응원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