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닌 문제에 초점을 맞춰라

by 맑은샘

훈이는 6학년이다. 졸업을 앞둔 어느 날, 반 아이들이 훈이에게 돈을 받지 못했다고 담임선생님을 찾아왔다. 훈이가 친구들에게 빌린 돈은 20만 원 정도였다. 담임선생님이 알아보니 정말 훈이가 빌린 돈이 맞고, 갚겠다고 몇 달을 미루다가 졸업이 다가온 거였다. 친구들은 빨리 돈을 갚으라고 하는데 훈이는 돈이 없다고 했다.

훈이는 엄마와 빌려준 친구 탓을 했다. 엄마가 용돈을 준다고 했는데 주지 않아서 빌렸다, 용돈만 제때 줬으면 돈을 빌리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친구들도 뺏은 게 아니라 빌려준 거다. 게다가 이 천 원을 빌리면 천 원은 그 아이에게 맛있는 걸 사줬고, 같이 먹었으니 친구 탓도 있다는 거였다.


교실에서 이뤄지는 문제 행동을 보면 의외로 잘 몰라서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저학년일수록 “정말 몰랐어요.”하는데 이후로 그 행동을 하지 않으면 몰랐다는 말이 맞다. 하지만 대부분 알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않거나, 해야 하는데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바르지 않은 행동도 순간의 감정이나 욱하는 성질을 못 참고 한다.

“넌 항상 그 모양이니?”

“넌 왜 매번 그러는 거야?”

아이를 비난하면 아이는 스스로 나쁜 아이라고 생각한다. 문제행동을 했을 때 아이가 스스로 잘못한 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행동에 대해서만 지적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는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훈이의 행동은 이미 뿌리가 깊어서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아이들은 이익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안 한다. 이익이 없어 보여도 옳은 행동을 하려면 어렸을 적부터 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격려와 강화를 받은 경험이 쌓여야 한다. 훈이는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는 건 옳지 않고 부끄러운 행동이긴 했지만, 빌리고 나면 상황이 바뀌었다. 돈이 생기면 친구에게 기분 좋게 사주기도 하고, 같이 게임방에 가기도 한다. 빌린 돈을 갚는 건 나중 일이다. 그때는 가능한 피해 다니고, 다음에 갚겠다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다.

만약 훈이가 가정에서 돈을 꾸는 건 하면 안 되고, 빌린 돈은 꼭 갚아야 한다고 배웠다면 어땠을까?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 정직한 행동에 칭찬과 격려를 받고, 함부로 돈을 가져갔을 때 호된 꾸지람을 받았다면? 아마도 훈이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기가 쉬웠을 거다. 안타깝게도 6학년이 된 훈이에게 교사가 학교 교육만으로 돈거래와 경제교육을 가르치기엔 역부족이었다. 교사들은 훈이와 같은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이 무겁다.


그렇다고 6학년인 훈이가 엄마 탓, 빌려준 친구 탓만 하기엔 너무 무책임하다. 왜냐하면 내가 한 행동이나,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아이의 문제 행동 뒤에는 여러 이유들이 있다. 부모님께 제대로 배우지 못했거나, 말만 하고 아이의 행동을 살피지 않은 어른들이 있다. 그래서 아이들의 문제 행동을 보고 아이를 평가하거나 나쁜 아이도 결정하지 않아야 한다. 아이의 문제 행동에만 초점을 맞춰서 왜 그랬는지 묻고, 그러면 안 되는 ‘기준을 제시’해서 아이가 배우게 해야 한다. 그리고 옳은 행동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부모가 하지 못했다면 교사나 사회에서 만난 어른이나 친구들이 해야 한다. 교사와 어른들이라도 나서서 알려 줘야 한다. 아이가 올바른 방향으로 선택하도록, 그게 결국은 아이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걸 깨닫도록 깨우쳐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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