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6학년 졸업식을 했다. 강당과 시청각실, 체육관도 있건만 코로나로 인해 자기 반에서 6학년 학생들만 참여하는 교실 졸업식을 하게 되었다. 교실에는 후배들이 그려준 축하 그림과 손 편지가 있었고, 복도에는 졸업 축하 포스터가 전시되었다.
학교에서는 방송 대신 6학년 교실을 직접 방문해 축하하기로 했다. 교장선생님과 선생님들이 축하사절단처럼 각 교실에 들어가 졸업장을 수여하고 졸업생들의 소감을 들었다. 졸업생들은 “그냥 그래요. 조금 슬퍼요.”하고 말해서 덤덤해 보였다.
선생님들은 돌아가면서 축하 인사를 건넸다. 어떤 선생님은 일 학년 때 담임한 아이를 보고 반갑다고 했고, 어떤 선생님은 칠판에 쓴 ‘연애하자’ 메모를 읽고, “그래, 중학교 가서 꼭 연애하렴.”이라고 덕담을 했다. 이 말에 아이들은 교실이 떠나가게 크게 웃었다.
‘연애. 6학년 아이들에게도 연애가 웃음을 주는구나.’
갑자기 첫 제자들의 졸업식이 떠올랐다. 그때는 학교에 강당이나 체육관이 없어 운동장에서 졸업식을 했다. 2월 중순, 한겨울임에도 6학년 졸업생들과 5학년 후배들이 줄 맞춰 서 있었다. 꽃다발을 들고 두꺼운 외투, 목도리, 장갑까지 낀 학부모님들도 마찬가지였다.
춥다고 짧게 하거나, 대강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늘 그렇듯 애국가를 부르고, 학교 소개를 하고 교장선생님 축하 말씀과 졸업장 수여, 상장 수여를 했다. 한 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운동장에는 찬바람이 쌩쌩 불고 하늘에는 짙게 드리운 구름이 뒤덮여 있었다.
우리 반 대철이는 상장을 여러 개 받았다. 학교 육상선수로 좋은 기록을 세운 것뿐 아니라 시 대회, 도 대회까지 나갔기 때문이다. 파마머리에 늘 웃는 대철이는 친구들이 많고,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가끔 다른 학교 여학생까지 찾아올 정도였다.
순아는 그런 대철이를 좋아했다. 나이는 2살 많지만 6살 지능의 어린아이 같은 특수반 순아. 맛있는 거, 예쁜 거, 잘 생긴 거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책 읽기나 셈하기는 못 했지만 자기 물건이나 주변 정리는 야무지게 했다. 소풍을 가서도 자기 간식은 누구에게도 주지 않는 아이였다. 그런 순아가 대철이만 보면 활짝 웃으며 따라갔다. 대철이가 아는 척을 안 하고 피해 다녀도 순아는 굳세게 쫓아다녔다.
졸업식이 끝나자, 순아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뭘 꺼내더니 대철이에게 내밀며 말했다.
“이거, 먹어!”
순아가 먹는 걸 주다니! 처음 봤다. 유치원생 꼬마가 6학년 오빠에게 주듯 순아는 아끼던 과자를 대철에게 내밀었다.
대철이는 당황해하며 순아 손을 지나쳐서 남학생들이 있는 곳으로 가버렸다. 아무리 어려도 거절당한 걸 아는지 순아는 금방 시무룩해졌다. 교실에서는 늘 한 공간에 있던 아이들, 곁에 있어서 툭 치고 도망가도 손 닿을만한 거리에 있던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달랐다. 졸업식이 끝나고 헤어지는 때였다.
순아는 대철에게 속상한 데다, 친구들이 하나둘 집으로 가는 걸 보니 더 속상해졌나 보다. 훌쩍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그날 졸업식에서 그렇게 슬프게 우는 아이는 순아뿐이었다. 글썽거리는 아이들은 있었지만 순아처럼 눈물을 뚝뚝 흘리지는 않았다. 아마 순아도 안 것 같았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중학교를 가는데 자기만 못 가는 걸. 이제 맛있는 과자도 혼자만 먹어야 된다는 걸. 그리고 대철이 같은 친구들을 교실에서 만날 수 없다는 걸 말이다.
첫 제자들의 졸업식은 그렇게 아쉽게 기억되었다. 게다가 집에 갈 때는 눈까지 내렸다. 하얀 함박눈을 맞으며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졸업생들을 배웅한 지가 어느새 30년이 넘었다.
다행히 올 해의 졸업식은 날씨가 따뜻했다. 교실에서 졸업생들이 내려올 때쯤 선생님들은 중앙 현관 양 옆에서 축하를 해 주었다. 학교에서 준비한 꽃다발과 호두과자를 하나씩 선물했다. 졸업생들과 학부모님들은 운동장에 마련해 둔 포토존에서 학교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코로나로 벌써 두 번째 간소한 졸업식을 했다. 이 아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다시는 올해 같은 교실 졸업식을 하지 않기를. 친구, 친지, 선후배의 축하를 받으며 신나고 활기찬 졸업식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