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다양한지 모른다. 조용히 들어와 앉는 아이, 뭘 먹으면서 우물거리며 오는 아이, 반갑게 손을 흔들며 큰 소리로 인사하는 아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아이, 인상을 쓰고 입술을 꽉 깨문 채 들어오는 아이도 있다.
진아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오는 아이다. 아침에만 그러는 게 아니라 학교에 있는 동안 거의 인상이 펴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인상을 더 팍팍 쓴다.
친구가 새 옷을 입고 왔다고 자랑하면
“흥, 별로 어울리지 않는데?”
그림을 잘 그린다고 칭찬받은 친구에게
“뭐, 이게 잘 그린 거라고?”
이런 진아는 친구들과 자주 다퉜고 자주 화를 냈다.
아이들은 진아를 빼고 모이고 진아는 쫓아가서 싫은 소리를 해 댔다. 아이들은 또 다른 쪽으로 피하고 진아는 또 쫓아갔다. 그리고 아까보다 더 큰소리로 짜증을 냈다.
어느 날 일 학년 선생님이 인터폰을 했다.
“선생님 반에 진아 있지요? 우리 반에 동생이 있는데 자꾸 내려와서 울려요. 내려오지 않도록 얘기해 주세요. 제가 여러 번 말했는데도 계속 오네요.”
일 학년 선생님은 자매인데 얼마나 다른지 깜짝 놀랐다고 했다. 동생은 천사같이 예쁘고 착한데 언니는 사나운 얼굴로 소리 지른단다. 동생반 아이들은 진아를 마귀할멈 같다고 싫어한단다.
나는 진아를 불러서 왜 동생을 찾아가냐고 물었다. 진아는 동생이 걱정돼서 가는데 오지 말라고 해서 화가 났단다. 나는 일 학년 담임선생님의 말을 전하며 동생이 혼자 잘할 수 있으니 내려가지 말라고 했다. 진아의 입이 불쑥 나오면서 또 인상을 팍 썼다.
“흥, 내 동생인데 왜 못 가게 하는 거예요?”
진아는 더 이상 동생반에 내려가지는 않았지만 대신 교실에서 자꾸 친구들에게 신경질을 부렸다. 동생에게 내려가지 못하는 짜증을 친구들에게 내는 것 같았다.
며칠 후 진아 짝꿍이 교실에서 지우개를 잃어버렸다. 보통 아이들은 연필이나 지우개를 잃어버려도 모르거나, 찾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진아 짝꿍은 아니었다. 맘에 드는 캐릭터 지우개를 처음 사 가지고 왔다며 찾아 달라고 울먹거렸다.
반 아이들과 함께 교실바닥과 구석구석 살펴봤지만 없었다. 짝꿍은 아무래도 진아 지우개가 자기 꺼 같다고 말했다. 자기 지우개랑 똑같은데 이름 쓴 겉껍질만 없어졌단다. 하지만 진아는 자기 거라며 지우개를 얼른 필통 속에 집어넣었다.
나는 아이들이 다 가고 둘만 남았을 때 말했다.
“얘들아, 지우개는 하나인데 서로 자기 거라고 하니까 우선 선생님이 보관하고 있을게. 오늘 집에 가서 잘 찾아봐. 혹시 집에다 놓고 와서 착각할 수도 있거든. 내일 선생님한테 말해 주면 좋겠다.”
진아는 마지못해 지우개를 내밀었다. 지우개를 잃어버린 짝꿍은 그나마 안심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진아는 늘 그렇듯 찡그린 얼굴로 학교에 와서 나에게 속삭였다.
“선생님, 그 지우개 내 거 아니에요. 그냥 지우개 주인 찾아 주세요."
예쁜 지우개를 가져온 짝꿍을시샘하는 진아, 친구가 뭘 잘해도 순순히 인정하지 못하는 아이, 불만이 많고 자기가 손해 본다고 느끼는 아이였다. 왜 그러는지 궁금했다.
진아가 새 옷을 입고 왔다. 노란 꽃무늬가 있는 화사한 원피스였다.
나는 진아를 보고 “예쁘다”라고 했더니 진아가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더 예쁜 걸로 사고 싶었는데 그건 동생이 샀어요.”
칭찬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속상한 진아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래? 네가 그 옷을 사고 싶었는데 동생이 먼저 샀나 보구나.”
“아니요. 동생이 산 게 예뻐서 내가 그 옷을 사고 싶었다고요.”
진아가 먼저 예쁜 걸 고르고 나중에 동생이 골랐는데 진아 눈에는 동생 옷이 더 예뻐 보였다는 거다. 진아는 생각만 해도 기분 나쁜지 나에게 하소연을 했다.
“동생은 뭐든지 입기만 하면 예뻐요. 아빠도 동생을 보면 좋아하고요. 내가 언니인데. 짜증 나요.”
가끔 복도에서 언니를 기다리는 동생은 눈에 띄게 예쁘고 인상이 좋아 보였다. 주변에서 늘 동생을 보고 예쁘다, 귀엽다 하는 소리에 진아는 비교당하는 기분이었나 보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이 보기에 진아도 아주 예쁜걸!”
한겨울 꽝꽝 언 얼음처럼 굳었던 진아 얼굴이 조금 풀렸다.
“정말요?”
“그럼, 예쁜 꽃 같은데!”
“무슨 꽃이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난 진아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해 보았다.
“흠, 개나리꽃 같네. 여기 노란색도 있고.”
내 대답에 진아가 금방 시무룩해졌다.
“장미꽃이 더 예쁘잖아요. 동생은 장미꽃 같이 나보다 무지무지 예뻐요.”
나는 진아 손을 꼭 잡고 흔들었다.
“무슨 소리야. 개나리꽃이 얼마나 예쁜데. 우리 학교 교화도 개나리꽃이잖아. 봄에 가장 먼저 피는 꽃이고 선생님이 무지 좋아하는 꽃이야.”
그제야 진아의 인상이 사르르 녹았다.
“선생님은 장미꽃보다 개나리꽃이 더 좋아요?”
나는 진아를 보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이나 언니, 형이 공부를 잘하거나, 너무 예쁘거나, 운동을 잘해서 비교당하면 정말 힘들다. 보는 사람마다 바비인형처럼 예쁜 동생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어머, 언니는 동생이랑 안 닮았네요.”하는 말이 진아에게 상처가 된 것 같다.
그 뒤 나는 진아를 볼 때마다 더 많이 말을 걸었다.
“진아야, 오늘 기분이 좋아 보이네.”
“노란 머리띠가 예쁘네. 정말 개나리꽃 같이 화사한데!.”
무지무지 좋아하는 게 진아의 얼굴과 온몸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얼굴이 발그래지고 찡그렸던 양 미간이 풀리고, 움츠렸던 어깨를 내리면서 노오란 개나리꽃처럼 진아는 방긋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