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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샘 Aug 01. 2022

더위

내가 학생 때

교실에 더위가 찾아오면 제일 먼저 선풍기를 닦았다.

선풍기는 유일하게 더위를 물리칠 장군이었다.

창문을 활짝 열고 선풍기를 돌리면 오전에는 그나마 괜찮았다.

점심 먹고 오븐 같은 열기가 가득 차면

선풍기는 뜨거운 바람을 여기저기 보냈다.


손수건에 찬물을 묻혀서 얼굴을 닦고

책받침으로 치마 속과 목덜미를 힘껏 부채질해도 소용없었다.

땀이 나고 후덥지근하고 

어느 틈에 눈꺼풀이 내려오고 

앉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졸음 인사를 하다가

문득 정신이 확 든다. 


그때의 서늘함, 뭐지?


바람이었다. 

그렇게 바싹 말랐던 한낮

졸음과 함께 꽉 차 있다가

한 움큼 바람으로 깨워 주었다.


앞에서 설명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고

내 앞에 앉은 아이의 어깨가 부스스 떨렸다

서서히 깨어나는 교실



내가 교사가 되어

교실에 더위가 찾아오면 에어컨을 살피었다.

천장에 매달린 선풍기는 장식품이었다.


아침부터 에어컨을 튼 교실은

얼굴에 땀이 맺힐 겨를도 없이

더위를 꽁꽁 얼려

냉장고 같았다.


냉동실 같다며 에어컨을 끄자는 아이

무슨 소리냐며 더 세게 틀자는 아이

한치 양보 없는 눈치 싸움에

에어컨 바로 밑에 아이는 담요를 두른다.


닭살 돋아 오들 거리던 몸과

찡그린 얼굴이 

서서히 펴지고

고개가 살그머니 내려가더니

자꾸만 담요가 머리로 올라간다. 

서서히 잠드는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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