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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민 Feb 21. 2023

복지현장 글쓰기 과정 멘토하기

“남을 가르치는 것만큼 자신에게 공부가 되는 것은 없다. 다른 사람의 성장에 도움을 주면 그만큼 자신도 성장하게 된다.”

피터 드러커, 경영 컨설턴트


 2019년 나는 오송에 있는 보건복지인재원에서 복지현장 글쓰기 과정을 밟고 “시작하는 그대에게”라는 책을 냈었다. 사회복지사 세계에서 책을 출간하고픈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해마다 기획서를 제출하고 심사를 통해 교육생으로 선정되어야 이수할 수 있는 과정이었다. 2013년도에 시작되었으니 어느덧 10년의 세월로 현장의 진한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2020년 5월 복서원 과정을 통해 만든 책을 업데이트하여 “복지가 행복하려면”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일반 출판을 계기로 2021년 ‘복지현장 글쓰기 과정(복서원)’에서 인재원으로부터 참여자들(멘티)에게 글쓰기 조언을 해줄 멘토로 애써 줄 것을 요청받았다.


 복서원 멘토는 대개 사회복지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분들 중 복서원과정을 이수한 선배를 세우게 된다. 그러니 각자의 업무시간을 최대한 고려해서 야간에 활동하도록 배정하게 된다.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하면서 장장 4시간 동안 5명 남짓의 멘티들과 지난 한 달 동안의 근황과 글쓰기 작업의 힘들었던 점과 써 온 글들을 나누고 토의하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글을 보고 의견을 나눌 때는 나머지 사람들에게 그 시간을 집필에 몰두하도록 독려하였다. 그러다 보니 4시간 마라톤을 달리는 사람은 멘토 한 사람이었다.


 코로나19가 시소 타듯 강도를 나타내던 2021년과 2022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복서원 과정은 줌 회의 형태와 인재원에서의 만남을 병행하였다. 생각해보면 줌 회의가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온라인에서 끊어지지 않고 쉼 없이 얘길 나누었다. 4시간을 마치면 기운이 다 빠져 파김치가 되었다.

 인재원에서의 만남은 멘토들이 오후 5시 정도 오송역에서 만나거나 강의 시작 전 30분 전에

모여 식사를 같이하고 차를 한 잔 하며 워밍업을 할 수 있었다. 서로 얼굴을 보면서 좀 더 많이 어떻게 조력을 해야 할지 힘이 되는 말들로 격려하는 분위기도 형성되었다. 마치고 오송역으로 가는 길도 함께 하면서 복서원 참여자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정말 제대로 담을 수 있도록 모두들 기원했다.


 2021년의 모임은 사회복지직 공무원 세 분, 정신건강사회복지사 두 분에 대해 조언하게 되었다. 복지공무원의 관심은 자신이 복지행정을 선택하게 된 이유, 자신이 맡고 있는 시책업무에 대해 나누고픈 욕구, 복지업무를 하면서 겪고 있는 각종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할까 하는 것들에 집중되었다.

 공공사회복지사의 고민을 담은 이야기는 지역과 조직형태에 따라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한 분은 이공계 전공에서 청년기의 방황을 겪다가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게 되고 선한 마음으로 입직한 후 난데없이 겪게 된 폭력민원이나 폭언민원 등에서 느꼈던 좌절이나 소진 등을 정리하고 있었다. 다른 한 분은 경기도 무한돌봄을 계속 이어가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례관리사들과 함께 했던 소중한 기억들을 정리해서 담았다. 그리고 청년공무원은 공공행정조직에서 벌어지는 직렬간의 불통과 위계 속에 갑질 당함 등을 서술하고 있었다. 멘토의 역할은 얼마나 자신의 체험을 그리고 당시의 감정을, 조직환경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느냐를 살펴주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었다.

 정신건강영역에서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은 또 다른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정신병원세팅에서 정신건강사회복지사는 정신질환자들에게 재활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지역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었다.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현장이라 자신의 업무환경을 소개하는 것들도 잊지 않았다. 특히 정신장애인직업재활시설 송국클럽하우스에서 오신 분은 사업장 단기취업을 위해 함께 동행하고 계속적인 지지활동을 했던 사례도 발표하였다.

 책을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글감을 발굴하여 집중해서 생각을 형상화하는 작업을 시한을 정해놓고 하는 복서원 과정이 주는 압박감도 상당하였다. 참여자들은 월 단위 교육 시마다 성과를 드러내는 것을 매우 힘들어했고 벼락치기로 몰아서 쓰기도 하였다. 결국 멘티들은 12월에 이르러 인고의 세월을 담은 멋진 작품들을 받아 안을 수 있었다.  


 2022년 복서원 과정, 전년에 이어 연속으로 멘토를 하게 되면서 이제는 좀더 잘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참여자들의 신청에 따라 멘토가 되어 옆에서 지원하는 일을 시작했다. 작년과 달라진 점은 지자체 공무직으로 일하는 사례관리사가 포함된 부분이었다.

 전년도에도 청년공무원의 경우 조직내부에 대한 불만이 많았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함께 하는 동료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는 복지에 대해 바리케이드를 치는 존재로 문제의 공무원을 보고 있었다. 일반 독자를 위해 바리케이드 같은 존재가 왜 문제인지, 그들로 인해 어떤 부정적 효과가 만들어지는지, 그들을 햇볕 속으로 끌어내려면 어떤 고민이 필요할지 등을 토의하면서 책의 사회적 의미를 풍성하게 만들어 보고자 했다.

 참으로 감사하게도 특별한 열심을 보이는 참여자를 만났다. 몇 년간 적어놓았던 수필을 재정리하면서 책을 내려고 이번 과정에 들어왔다고 한다. 많은 양의 글을 읽고 교정하거나 의견을 피드백하면서 하나하나 책의 윤곽이 잡혀갔고 빠르게 빠르게 완성되어 갔다. 책의 제목부터 표지 그림, 목차 등 꼼꼼하게 챙기면서 연말 가장 완성도 높은 글이 되었고 일반 출판으로까지 연결되었다.  

 한편 송국클럽하우스에서 참여한 정신건강사회복지사의 경우 난감한 상황을 보게 되었다. 해마다 송국의 직원이 출간과정에 참여하다보니 개성있는 글, 차별성 있는 글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형편이 되었다. 여행이라는 모티브를 가지고 접근하는 이번 참여자와 새로운 상상을 하게 되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송국클럽에서의 근무한 이력에서 이정표들을 다시 끄집어내면서 글을 구성해 보자고 제안했다. 해외여행 경험이 많았던 참여자는 타국에서 송국클럽을 그만두고픈 생각들, 다시 송국으로 들어가고자 했던 기억들도 연결하여 풀어냈다. 정신질환자 중 직업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송국은 중요한 공간이었지만 클럽하우스를 유지하고 날마다 새롭게 성장시켜온 직원들에게도 직업재활시설로서의 공간은 자신들을 혁신으로 나가게 한 기관이었다.    


 글은 어쩌면 폭을 좁혀 가능한 범위와 한계를 정해 엉덩이로 써가야 하는 것이다. 해보고 싶은 것이 많으면 시간의 소모와 정성적 작업을 할 힘을 낭비할 수도 있다. 참여자 중 기량이 뛰어났던 분들이 오히려 방랑하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향을 보였다. 2021년에도 너무나 매끄러운 글이라고 얘기하면서 독려했으나 쉽게 쓰고 교정하면서 다시 바라보는 작업을 이어가지 못하고 끊어지고 중단하는 일들이 있었다. 결국 한분은 분량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한분은 여러 가지를 모아 모아 일관성 있는 글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일년을 꾸려가면서 집필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지만 그것을 내맘대로 결정하고 운영할 수는 없으니 가정에 대소사나 질환 등으로 책을 마무리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모두들 책걸이를 하는 연말 동기들과 함께 할 수 없는 아픔이 한분씩 발생한다. 그분을 격려하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하면서 작별한다. 마음 한편에 더 강하게 역량을 강화시킬 말들을 하지 못했음이 가슴 바닥에서부터 후회로 점철된다. 글은 결국 자신감으로부터 시작되어 주도적으로 써 가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복서원은 멘토와 멘티가 교수, 편집인의 도움을 받으면서 힘써 책을 만드는 공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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