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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민 Mar 03. 2023

복수(複數)의 세계

“모든 기능은 유지비용이 든다. 소수의 기능을 가지는 것은 우리가 정말로 신경쓰는 것에 집중하도록 하고 그것들이 뛰어나도록 만든다.”  

데이비드 카프, 텀블러 CEO


 단수가 아닌 복수의 의미를 삶에서 그리 절실히 깨닫기는 어렵다.    

  

 대개 삶은 하나의 선택을 하게 되고 한 번에 여러 개를 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은 위계의 사다리에서 계단을 오를수록 자신의 직렬로 되어 있는 자리보다 행정직과 사회복지직이 공유하는 보직이 훨씬 더 많다. 공유한다(?)는 것은 안정적이지 않으며 언제든 휘둘릴 수 있는 지형을 말하고 있다. 여기에 삶의 비애는 싹트고 고통이 따른다.

     

 사회복지직렬의 역사가 1987년 7월 첫 발령을 시작으로 어느덧 37년을 맞이하지만, 기존 행정직군 전체, 곧 행정직렬, 세무직렬, 사회복지직렬을 망라할 때 여전히 상대적 소수로 15%내외를 점하고 있다. 또한 총괄부서 및 지원부서를 대체로 행정직렬에서 담당함으로 경력상 성과상 우위를 점한다고 할지라도 공유지를 쟁취하는데 곤란을 겪는다.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조직과 직급이 5급 사무관부터는 그 수가 동일하기에 더 승진 사다리는 협소하다. 바로 그 아래 6급 구청 계장 또는 동 복지사무장(맞춤형복지팀장)도 대부분 복수로 자리를 매김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군구는 이미 보건복지부가 읍면동에 맞춤형복지팀을 만들면서 복지직과 행정직 중에서 팀장보직을 줄 때 복지직을 우선한다는 배치지침을 무시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지침준수에 따른 가점 부여가 사라진 것이 원인이다.


 그 결과 현재 행정직 위주로 동 맞춤형복지팀장 자리가 모두 채워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각종 가짜 뉴스가 정치판만이 아니라 공공조직 내에서도 횡행하여 난데없는 스캔들이 유포되고 그로인해 추천명부에서 제외되어 일정정도 기간이 지난 후 문제없이 판명되는 지역들도 나타났었다. 승진도 시켜주지 않을 것이면서 사람까지 매장시키는 소문이 이지매처럼 벌어진 것이었다.  

   

 이렇듯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꽃인 사무관과 그 아래 계장보직들이 소수직렬에게 소외와 차등으로 점철될 때 그 아래 직급에서의 격차는 더 심각해진다.   

  

 9급으로 입사를 한 후 행정직이 8급으로 승진할 때 1년 6개월이 걸린다면, 정원이 없다는 한계에 따라 사회복지직렬이나 세무직렬은 근속승진으로 4년 또는 5년 6개월을 얘기하고 있다. 그나마 사회복지직렬은 동근무 6개월 충족시 4년 우대승진이 적용되었다고 한다.  

    

 만약 행정직렬이 8급까지 1년 6개월 승진하고 7급까지 또 2년 6개월만에 최소연한 승진할 경우 4년이란 시간에 사회복지직렬이 한 계급 승진하는 사이 두 계단을 오르는 것이다. 벌어진 격차는 얼마 후 우러러 볼 정도까지 벌어져 버리고 만다. 같은 동료애를 발휘하기엔 다른 족속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복수(複數)의 세계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것이 어려운 것은 하위 공무원 모두가 자기 계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승진에 대한 갈망이 곳곳에 있고 그 집착의 긴장이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결정권자 단체장이 공정성을 가지고 전문성에 바탕한 미래지향을 어떻게 가지느냐가 관건이다.      


 성과에 대해 균형 있는 보상 잣대를 가지는 것이 첫째일 것이고, 단시간이 아닌 일련의 성장을 위한 정책적 판단이 두 번째 기준이 될 것이다.   

  

 각종 포상에 대한 보상을 실시할 때 행정직렬과 복지직렬에 있어 구분을 둬서는 안 될 것이다. 특진이나 승급을 고려하는 기준도 동일하게 적용시켜야 한다. 잠시 머물다 일회적인 일처리를 하고 끊어지는 행정직 순환보직보다 복지직렬이 계속 이어서 가져가는 업무처리가 누적적인 경험치를 쌓아가는 일이 될 것이다. 일을 하려면 분야의 전문가를 내부에서 만들어내야 하고 그들이 지역사회의 복지 미래를 꾸려가게 해야 할 것이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나서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국가위임사무의 간소화 및 정비이다.     


 너무나 많은 지침과 특례 등으로 매뉴얼이 있는 사무조차 시행하기가 힘들다. 지역사회복지의 꽃은 사회복지서비스이다. 지역에 맞는 복지를 구상해야 할 지방사회복지공무원들이 여전히 국가사무에 매몰되게 하는 것은 너무나 큰 낭비적 요소이다.     

 

 속히 국가위임사무를 행정직렬도 쉽게 접근해서 처리할 수 있도록 통일성 있고 단순화 시켜야 한다. 보편복지로 갈 것은 과감하게 그리 가고 선별복지로 갈 것은 추려서 선별답게 해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시군구에서는 복지국의 국장자리를 복지직렬이 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복지부서의 장을 모두 사회복지직렬로 임명하는 곳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부서의 주무계장 보직도 사회복지직렬 공무원에게 배정하는 지자체도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단체장과 핵심고위직들의 정책방향에 따라 광역단위, 도단위내 발전의 양상이 극명하게 나타나고 살맛나는 행정의 분위기는 판이하게 드러날 것이다.   

  

 복수의 자리가 지역사회내 복지네트워크를 탄탄하게 형성하고 있는 전문직렬에 하나씩 배정될 때 지역복지는 한층더 숙성되고 촘촘한 복지망을 갖춰나가게 될 것이다.      


 복수직 자리가 늘어날 때 복지직렬은 새로운 창이, 집착의 희망고문이 시작된다. 복지직렬 공무원이 늘어나고 복지영역이 커지면서 전체 그림을 그리는데 보다 선명하게 청사진을 구상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더 막중한 책임을 복지를 아는 공무원에게 하루라도 빨리 맡기는 접근이 필요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 21세기 더 전문화되어 가는 시대, 행정이 퇴행되지 않도록 사회복지계가 더 분발하고 지역을 아끼는 시민들의 지혜가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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