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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민 Mar 14. 2023

개설기준위반 의료기관 급여비용  환수처분 행정소송 패소

“어려워서 시작 안하는 것이 아니다. 시작을 안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정치인     



  몇 년 전 의료급여 업무를 총괄하게 되면서 인계받은 의료급여 채권을 살펴보게 되었다. 몇십억대의 의료급여 환수금은 이 년 전부터 채권으로 잡혀 근무 부서의 성과를 계속 저조하게 나타낼 수밖에 없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최근 10년 이래 의료기관 현황을 보면, 의료인이 아닌 사무장이 설립한 병원이 생겨 말썽을 빚더니, 더 진화하여 비의료인이 주축이 된 의료법인의 형태로 지배구조를 만들어 요양병원 의 모습으로 영업하는 곳이 상당수 늘어났다.      


 모 요양병원의 이런 개설과정이 불법한 것으로 건강보험공단에서 확인되었고 경찰조사를 통해 검찰에 고발된 시점에서 지자체에서는 건강보험공단의 의료보험 급여 환수 청구에 이어서 의료급여비용 환수처분을 내렸다. 이에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해당 법인은 환수에 불응하는 행정소송을 하게 되어 기나긴 싸움이 시작되었다.     


 1차 소송은 형사소송으로 사기와 관련하여 고발이 되었기에 검사의 지휘하에 자료검토와 잘못에 대한 자백 등이 따랐으며 이것을 기초자료로 재판이 진행되었다. 당연히 피고측인 의료법인이 질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판사는 위법한 듯한 실질적인 정황이 있지만 형식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없다는 판단으로 피고측에 손을 들어주었다. 비의료인 법인 대표가 정상적인 회의를 하지 않고 의료인을 비롯한 이사들의 도장과 증명서류를 받아 처리한 부분을 적법하다고 본 것이다. 검사는 비의료인이 주도적으로 설립을 지휘한 부분이 위법하다고 봤었다. 마치 아내가 남편의 모든 서류와 인감을 들고 마음대로 처리한 것이 적법하다고 보는 것처럼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었다.     


 형사소송에 이어 행정소송이 벌어졌다. 담당 검사에게 연락을 취하고 메일로 항소이유서를 회신받았으며 통화도 한 차례 받았다. 건강보험공단에 재직했던 그 부문의 변호사도 소개받았는데, 검사는 이 사건에 대해 아주 분명한 결기를 가지고 임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종관계가 아니지만 마치 그런 인과를 가진 듯 행정소송은 너무 쉽게 지고 말았다.      


 전국적으로 의료법인의 운영과 관련한 판례의 흐름은 점차 형사소송이든 행정소송이든 건강보험공단이나 지자체의 패소로 결말이 지워지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건강보험공단은 재량준칙이라는 규칙을 만들어서 명확한 위법사항의 범주를 가려서라도 일정부분에 있어 환수를 하고자 했다. 재량준칙 기사를 보니 최대 최소 범위를 정해서 일정한 범위에서 의료보험 급여환수를 강제하였다.


 세상에 완벽하게 이기고 완전하게 지는 일이 어디 많겠는가!


 재량준칙을 건강보험공단이 적용하는 것처럼 지자체 의료급여에도 공히 적용하게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건강보험 환수에 대해 엄격한 법 제정에 나선 국회의원 사무실에 연락하여 보좌관에게 의료급여 부분에도 신경을 써줄 것을 말씀드렸다.     


 보건복지부 기초의료보장과에 연락하여 조속히 규칙을 만들어서 명확한 부분에 대해서라도 일부 환수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 달라고 건의했다. 판판이 행정소송에서 지고 있는 흐름에서 향후를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었으나 제도보완이 금방 이뤄지지는 않았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담당자 결원이 상당 기간 길어지며 현장의 변화를 수렴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2차 행정소송을 포기하려고 했으나 너무나 큰 채권을 포기하는 데 따른 부담, 형사소송과 연계된 부분, 법무부의 최종적 승인 부분으로 결정되는 구조 등등으로 재판은 계속되었다.     


 지푸라기라도 건지는 심정으로 송무담당자와 의료급여담당자와 함께 출장을 내고 세종시 보건복지부 해당부서를 방문하게 되었다. 코로나19 상황에 경황이 없던 복지부 내부의 문제가 있었지만 담당자와 마주하여 접견실에서 진지한 토론을 할 수 있었다. 전화로 해갈되지 못했던 부분을 가지고 허심탄회한 얘기가 오고 갔고 현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 보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복지부를 다녀온 4개월 후 재량준칙을 적용하는 지침이 하달되었다. 이후 두번 안의 수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 재판에 적용하기에는 지방법원까지의 판결 곧 의료법인의 적법성을 인정받은 설립자 부분과 추가적 급여를 받지 않았다는 점 등이 맞지 않아 별다른 유익은 없었다.      


 2차 형사소송이 패소하고 이어서 행정소송도 패소하여 마지막 대법원으로의 상고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실로 만 4년의 싸움이 끝이 났다. 송사의 끝에서 몇천만원에 이르는 소송패소 에 따른 비용은 자치구비라는 것이 어처구니가 없어 씁쓸하고 억울하였다. 정작 환수했어야 할 의료급여 비용이 국비 80%, 광역시비 20%인데 그 재원의 출처와는 무관한 소송비는 최일선에서 지불해야 하는 것이었다.      


 기준을 만드는 사람은 그 뒤를 따르는 사람들을 생각해야 한다. ‘해야 한다’는 강제 규정은 성실한 공무원들에게 그것을 쫓아갈 수밖에 없는 행태를 갖게 한다. 시대의 변화와 잘못된 관행도 양성화 되어 버리면 그에 따른 대처가 있어야 하고 그것은 신속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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