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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민 Mar 21. 2023

조건부수급자 상담하기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가장 좋은 도구는 우리의 귀. 즉 상대편 말에 우선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이다.”

딘 러스크, 정치인     



  작년 초부터 조건부수급자를 대상으로 상담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다. 자립상담사 지원예산이 한시적으로 지원되다가 전액 삭감되었기 때문에 기간제 일자리의 공백을 메워 역할을 감당해야 했다. 오후시간 또는 야간시간에 조금은 여유있게 차분히 통화를 하려고 한다.     


 과거 조건부수급자들에게 자활사업 참여나 고용센터를 통한 직업훈련이나 구직활동을 하도록 안내하는 일은 직업상담사들이 하는 것이었다. 지자체에서 그 일을 하던 분들이 노동청으로 이직하여 점차 노동부 업무를 중심으로 재편되어 조건부수급자의 초기상담이나 자활사업 참여 안내는 자활사업 담당자의 몫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결국 조건부수급자에게 1차 및 2차 상담요구서를 보낸 당일 전화로 안내하고 대상자의 형편에 따라 자활사업과 노동청을 통한 구직, 직업훈련에 참여하는 것이나 건강상태에 대해 확인하는 일들을 하게 되었다. 건강상태와 관련해서는 단기간 최대 3개월간의 유예를 위해 진단서를 발급받는 것을 안내하고 1년이상의 기간유예 등을 위해서는 근로능력평가용 진단서를 2~3개월치 진료기록지와 함께 발급받도록 설명드렸다.     


 근로능력을 평가하는 진단의 경우 국민연금공단의 자문의사와 공단직원으로 의학적 평가를 하고 공단직원을 통해 대상자 대면으로 활동능력을 평가하여 최종적으로 근로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정하게 된다. 이 과정이 서류접수에서부터 한달 정도 소요되고 있어서 근로능력의 가부판단이 되지 않는 기간으로 인해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별도의 부탁처럼 꼭 의사가 생각하는 향후 치료기간을 기재해 달라고 요청하라고 대상자에게 말씀드린다. 기간을 기재한 근로능력평가용 진단서는 접수하면서 해당기간을 참고하여 자활참여나 취업이라는 조건을 유예하는 최대 3개월을 산정할 수 있게 한다.     


 2023년부터 90만원이하의 소득활동을 하는 조건부수급자는 분기마다 맞춤형 취업능력향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조건제시유예가 가능하다. 전년도까지는 60만원이하 소득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 사람이었던 지침이 변경된 것이다.


 갑자기 30만원의 기준 인상이 도입되어 이에 따른 맞춤형 교육 준비와 기존 60과 90 사이의 대상자들에게는 해설이 포함된 안내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 부분은 수급자 관리를 담당하는 팀에서 한달여동안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상담을 해보면 크게 일을 할 수 없는 사람과 일을 해야 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첫 번째,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은 일정한 과정이 필요하다.


 수급을 신청하는 사람들은 당장 보장이 필요해서 요청하게 된다. 의료보험 미가입 상태의 사람들 또는 의료보험료 연체 석 달을 지난 사람들은 의료기관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증명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의료급여대상자로 책정된 이후 통원치료를 받으면서 진단서를 제출하게 되는 것이다. 그 진단서가 제출되면 6개월 또는 1년의 기간이 제시되더라도 최대 3개월까지의 조건제시유예 결정을 내린다.      


일반진단서를 넘어 제대로 된 근로능력평가 진단서를 떼려면 정신질환자의 경우는 3개월이상, 다른 질환자의 경우는 적어도 2개월이상의 진료기록지가 첨부되어야 한다. 30일간의 절차를 거쳐 근로능력평가 확정이 되면 해당기간을 설정해서 근로능력 없음으로 의료급여 종별도 1종으로 변경하면서 조건부가 아닌 일반수급자로 변경하게 된다.     


 두 번째,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은 기관과 연계시킨다.


 근로능력이 상당하다고 점수가 나온 사람의 경우는 노동부 고용센터에 의뢰하여 국민취업지원제도 구직알선이나 직업훈련으로 연결한다. 그냥 너무나 이 제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중도 포기해버리는 사람들에게는 다시 이 제도의 기회가 오려면 3년이 경과해야 한다.      


 또다른 경우로 근로능력이 그보다 떨어지는 사람들은 지역자활센터를 통해 게이트웨이(자활교육)에 2달간 참여시키며 이후 자활사업단에 배치하거나 지자체 직영근로사업에 종사하게 한다. 자활교육은 최대 3회를 넘길 수 없으며 자활사업단이나 직영근로사업도 인원수가 예산상의 제한으로 진입의 문은 넓지 않다.     


 두 가지 경우 외에서는 자신이 하고 있는 소득활동을 신고하는 것이 방법이 된다. 대개 신고소득의 70%를 소득으로 산정한다. 근로소득 공제율이 30%인 것이다.


 대개 1인가구의 경우는 소득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복지대상자 선정기준을 초과할 경우 보장중지가 되기도 한다. 2인 이상의 가구에서는 생계급여 등의 지원액에 상당부분이 감소하게 된다.


 수급자가 지급받는 급여는 각종 급여기준액에서 본인 소득이 미치지 못하는 만큼을 보충적으로 지원하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만일 본인의 소득사항을 사전에 신고하지 않으면 국세청과 노동청 등을 통해 확인될 때 부정수급 부분에 대해 환수처분을 받게 되고 그 부정수급의 규모나 사유의 고의성 등으로 고발조치까지 당할 수 있다.     


 질환이 있지만 어찌할 바를 몰라 대응을 미루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자신의 질환을 인정하지 않고 거부하며 급여지원만 받고자 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옆에서 챙겨줄 친지나 이웃이 없는 사람들은 동주민센터의 맞춤형복지팀이 함께하여 건강검진을 받도록 설득하고 동행하여 그 과정을 밟게 한다.


 그러나 독거하는 조현병 환자들의 경우는 정신건강센터의 노력이나 동주민센  터의 정성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린다. 정신건강사회복지사들이나 사례관리사들이 지속적으로 상담을 요청해도 본인들의 주장만 한 채 요지부동으로 버텨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치료를 받으면서 지역사회 속에서 생활해 나가야 할텐데 방법이 묘연하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속에서 조건부수급자로 살아가는 시간을 대상자들이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 바로 노동시장으로 가지는 못하지만 유사시장으로 되어 있는 자활사업의 공간을 통해 자신의 노동력을 유지하고 조금은 더 높일 수 있는 과정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자활사업 교육이나 사업단 참여는 생계급여보다는 훨씬 높은 소득보장의 방법이면서 사회와 연결되는 직업재활의 귀중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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