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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민 May 08. 2023

말레이시아에서 배운다

"소중한 것을 깨닫는 장소는 언제나 컴퓨터 앞이

아니라, 파란 하늘 아래였다"

다카하시 아유무, 여행작가


 코로나19가 극심했던 시기 3년을 보내고서, 직원들의 사기진작과 자치구의 발전방안에 대한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해외공무여행이 다시 시작되었다. 대상자 선별을 위해 최근 5년이내 지원을 받아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제외하였다. 여행경비 지원이 인당 최대 100만원 이하에서 최소 80만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경비지원의 한계와 공가 지원의 제약 등으로 목적지는 한 팀이 유럽을 가는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 동남아로 좁혀졌다.      

 우리 팀은 당초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가려고 하였으나 일정이 짧은 관계로 말레이시아로 한정하여 지역을 줄였다. 말레이시아는 유네스코 문화유산도시 말라카 지역을 돌아볼 수 있으며,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에는 명동이나 강남과 같은 쇼핑가인 부킷 빈탕이 있고 중심가에 야시장이 몇 개 산재해 있었다.

 우리 구의 경우, 다양한 근현대유산으로 기독교 중심의 종교적 유산들이 자리잡고 있으며 전통시장이 매우 발달해 있어 비교 견학으로서 말레이시아는 자못 의미를 둘 만한 곳이었다.      

 지난 3월 하순, 말레이시아에 에어아시아항공을 통해 6시간을 비행하여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하였다. 때마침 팜유농장 등 고된 일에 종사하려고 입국한 노동자들이 한 부대 숫자만큼 입국심사를 받고 있어 예정보다 한 시간여를 더 소요한 끝에 공항을 빠져나왔다.     

 첫 날 저녁 알게 된 사실은 3월 23일부터 라마단 금식기간에 우리 팀이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저녁 7시 30분이 되기 전에는 물조차 마시지 않는 사람들이 말레이시아 인구의 65%에 육박하는 무슬림이었다. 덕분에 첫 저녁 식사는 말레이시아 전통 이슬람 음식이었다. 돼지고기가 아닌 닭고기가 등장했으며 채식과 중국음식들이 많이 선보여져서 별미를 먹는 시간이었다.      

 야시장과 쇼핑가에 인접한 호텔에서 숙박하게 되어 편리한 점이 많았다. 야간시간 밤마실을 다니러 근처 잘란 알로 야시장과 부킷 빈탕을 둘러보았다. 파빌리온 백화점의 규모와 로비 공중에 띄워진 조형물의 화려함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 쇼핑중심가 한켠에 버스킹을 하는 밴드가 있어서 많은 젊은 사람들의 눈길과 발을 멈추게 했다. 또한 야시장 곳곳에도 둘 셋의 연주자들이 일정간격을 두고 활동하면서 행인들에게 음악을 선사하고 있었다.


 투숙한 호텔 아래층은 헬스장과 수영장이 있었는데 수영장은 락스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적당한 온도의 물로 채워져 있어서 수영 이후 몸의 느낌이 깔끔했다.     

 이튿날 우리는 역사의 도시 말라카로 넘어갔다. 14~15세기 무역이 왕성했고 1,511년 포르투갈에 함락하고 이후 1,641년 네덜란드에게, 1,824년 영국에게 식민 지배를 당했던 도시의 역사유산을 보게 되었다.      

 포르투갈 함대는 네덜란드광장으로 가는 길에 전시되어 있었다. 현대에서 온 우리의 눈에는 그다지 크지 않은 함선이지만 말라카 주민들에게는 얼마나 위압적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인트폴 성당에서 선교를 위해 애쓰다 문둥병으로 한쪽 팔을 절단한 사비에르 신부를 보고서 한 성인의 열정이 계속적으로 존중받음을 본다. 별다른 훼손됨 없이 역사유물이 보존되고 전시되면서 관광 명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우리 구의 경우에도 천주교 중앙성당, 대한성공회 주교좌성당, 한국정교회 성모희보성당 등 기독교내 역사적 위치를 점하는 문화유산들이 줄을 잇듯 세워져 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는 말처럼 스토리를 엮고 의미를 제공한다면 어느덧 살아있는 유물로써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을까 한다.     

 이슬람국가여서인지 관광코스에 국립이슬람사원이 들어 있다. 성서에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신을 벗으라는 말씀처럼 엄숙한 장소로서 신발까지 벗고 사원에 입장하였다. 넓게 펼쳐진 정원과 전실, 조용한 경전을 읽고 기도하는 공간, 스테인드글라스 배경 속에 스스로 자세를 여미게 하는 기운을 느꼈다.     

 세쨋날 바투동굴을 갔다. 108계단보다 많은 경사를 올라가서 어두움 속으로 진입하였다. 수많은 원숭이들이 가까이서 먹을 것을 챙기려고 지나다녔다. 넓은 공간에 약간의 조명들이 켜져 있었고 더 올라가니 좁게 모아져서 뚫려진 하늘이 보였다. 중간에 열린 하늘은 새로운 희망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어둠의 기운은 밝음 속으로 빨려들었다. 자연환경 이상의 경이를 쉽게 찾기 어려운 이유를 알 것 같다.     

 네쨋날 쌍둥이 빌딩과 로얄셀랑고르 주석공장을 둘러봤다. 한국과 일본의 건축시공 기술력이 돋보이는 상징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는 88층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다. 말레이시아 공예품 주석용기를 만드는 장면과 작품전시장을 둘러봤다. 천연자원을 이용한 생산품과 그것을 바로 자랑하는 공간이 멋스러웠다.      

 말레이시아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국가임으로 메르데카, 곧 독립을 외치는 광장이 있었다. 총독부 맞은편 잔디광장이 메르데카 광장이었다. 현재 상황에서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있다면 , 말레이시아는 영국 연방 국가로서 여전히 우호적인 유대관계를 가지는 데 반해서 한국의 경우에는 아직도 일본의 혐한으로 반일의 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없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인구와 문화를 소개받으면서 참으로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레이시아 인구는 말레이인, 중국인, 인도인이 65%, 25%, 7%로 각기 구성되어 화교인 중국계가 상권과 기업체를 쥐고 인도인이 법조계와 교육계를 담당하고 있어 상호 존중하는 문화가 이어진다고 한다.     

 짧은 3박 5일 일정이었지만 온건한 이슬람 지역인 말레이시아에서 서로 존중하는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거리,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각 지역의 전통을 오늘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발전시키는 것 등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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