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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민 Jul 03. 2023

민원폭력을 바라보는 시선

“존중해 주세요. 저는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반말·욕설·성희롱은 안 돼요. 

 부당한 요구는 처리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요. 

무조건적인 사과는 하지 않습니다. 직원 과실이 아니라면, 무조건 사과할 수는 없어요.

전북 전주시의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



 공무원에게 있어 주민은 일상 업무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다. 이 분들이 관청을 들러 행정처리해야 할 업무를 요구하게 되었을 때 민원인이 된다.


 공무원, 공적인 업무를 하는 사람들로 존중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공무원에 대한 인식 정도는 참으로 저하되어 있다. 이승만 정권 이래 저임금에 따른 부정부패에 기인하기도 하고,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행정행태의 반대급부일 수도 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이후 공무원 급여가 중견기업까지 육박하고 민주정부 이후 인권을 중시하는 행정환경으로 공무원의 친절과 적극적인 서비스 정도는 월등히 나아졌다.     


 사회복지 영역에서도 2000년도를 기준으로 시혜적 복지에서 권리적 복지로 넘어가면서 수급자의 입장에서 사려깊게 설명하고 안내하는 매뉴얼이 갖춰져 있다. 그래서 불이익이 적용될 때 앞서 안내하고 설명하는 일들이 실시되고 있다. 그럼에도 사회복지 민원인들의 피해의식은 여전히 작동되고 있는 듯하다.     


 최근 한 동주민센터에서는 자신이 신청한 내용이 팩스를 통해 구청에 도착했을 때 너무 흐렸다는 이유로 주민센터의 사회복지공무원을 주먹과 발길질로 폭행한 사례가 있었다. 다짜고짜 복지상담실에서 공무원을 때리고 피해서 나온 로비공간에서도 뒤따라와 동일한 행동을 자행하였다. 어떤 이유가 있었더라도 최소한의 소통은 이뤄지고서야 이후 행동이 이뤄질 수 있을텐데 묻지마식의 의사결정과 폭력으로 상식을 벗어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동주민센터에서 발생했기에 CCTV에 체증된 자료를 통해 경찰에 공무집행방해로 형사고발하고 담당공무원은 공무상 재해로 공무원연금공단에 접수하였다. 이러한 일로 인해 각동 주민센터 공무원들은 점점 폭력에 대한 두려움이 가중되고 언제 또다시 그런 일이 재발될 것인지 걱정이 앞섰다.      


 이런 가운데 공무원노조에서는 지하철에 보안요원이 운행중에 다니는 것처럼 각동 주민센터에 보안요원을 배치해 줄 것을 단체교섭에 안건으로 올렸다. 최종 합의로서 한군데씩 보안요원을 배치하고 매년 점증적으로 그 수를 늘려가기로 결정했다.     


 민원 폭력에 대한 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일단락이 난 시점에서 하나의 해프닝이 일어났다. 의회에서 한 구의원이 5분 발언을 하면서 민원폭력에 대한 낮은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보안요원을 배치하는 것은 주민을 잠재적 위협자로 바라보는 것으로 옳지 못하며, 일부 주민이 주취상태로 와서 실수를 하더라도 엉덩이 두드려서 적당히 구슬려 보내면 될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을 한 것이다. 민원폭력에 대한 대처방안은 주민 모두를 잠재적 위협자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었다. 일부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보안요원의 배치를 보고 스스로의 행동을 조심하게끔 하고자 한 것이었는데, 오히려 한 발 먼저 앞서 오해하고 현재의 폭력행위 발생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바라봤다. 그리고 현장의 공무원들이 감정노동을 잘못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었다. 공무원노조에서는 해당 의원에게 항의하였고 한 차례의 부딪힘 이후 일정기간의 규탄과 항의를 받은 후 구의원은 공개사과를 하게 되었고 해당 구의원이 대표발의하여 의원들의 공무원에 대한 갑질근절 조례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주민들의 복지권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일은 상당한 정도의 감정노동을 필요로 한다. 고령화에 따른 인지능력 하향과 급여변동에 따른 생활 상의 영향 등으로 의사소통은 정말 쉽지 않다. 옳고 그름을 떠나 당장 생계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속이기도 하고 당연히 먼저 신고해야 할 것들을 누락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것들이 전산화되어 움직이는 행복e음 시스템을 따라 파악된 부분에서는 합리적인 근거가 없으면 그대로 적용해야한다. 그런 부분에 대해 어르신들이나 다혈질의 장년층, 그리고 규율에 재단받고 싶지 않은 청년층들과 옥신각신하는 시간은 지난한 과정이다. 그래서 민원인과 공무원이 충분히 의사소통을 한 시간을 보낸 후에도 계속적으로 폭언을 하거나 폭행이 나타난다면 보안요원이든 청원경찰이든 경찰이든 출동을 요청하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도 귀가하면 그 지역의 주민이고 국민의 한 사람이다. 민원인들이 공무원의 사고가 전혀 다른 방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공무원은 민원인이 받는 불이익과 이익들을 생각하고 그 사이에서 따를 수밖에 없는 법 집행의 숙제를 이행하는 존재들이다.     


 오늘도 한 사람의 폭력민원과 폭행민원으로 인해 전체 주민에 대한 나의 생각이 훼손되거나 왜곡되지 않기를 다시한번 환기시킨다. 

 사람은 모두 똑같다. 부자나 빈자나 성질머리가 고약한 사람들이 있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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