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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민 Jul 11. 2023

3년차 공무원의 퇴사

“어제가 안녕하지 않았다면 오늘부터라도 준비해야 합니다.

퇴사는 기분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을 다진 후 실행하는 것입니다.”

이동진, 여행작가




 두 달 전 3년차 젊은 직원이 공직사회 생활을 접었다. 스스로 그만두는 퇴사를 의원면직이라고 하는데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당사자의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MZ라고 말하는 세대의 불만과 요구를 받아안는 노력은 공무원 조직내 곳곳에서 발견된다. 노동조합에서는 2030위원회라는 모임을 만들어서 일터에서의 말 못할 고충을 서로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어 독서토론도 하고 호프자리도 가지면서 각종 건의도 수용하고 있다. 총무과나 민원봉사과에서도 신규공무원들이 부서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업무메뉴얼이나 조직생활 안내하는 것도 훨씬 부드럽게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 전체적으로 직장인들은 평생이라는 기간을 설정하기보다는 계속적인 자기계발과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라는 하나의 틀과 적당한 보상에 워라밸이 있는 형태를 지향하는  듯하다.     


 밖에서 본 공무원 사회의 메리트는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성과 칼같은 퇴근이 가능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입사하여 경험하는 공무원의 일상은 맡은 업무에 따라 민원 스트레스도 강하고 법정 업무의 책임도 막중하다.      


 복지영역에서 기초수급자가 되고자 조사신청을 한 사람들은 객관적인 자료로 조사결과를 안내하는 공무원에게조차 결정을 승복하지 못하고 강하게 반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교통지도 부서에서 주정차위반 스티커를 발부받은 차주들도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인정보다 과태료를 부과했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다. 장애인복지 부서에서도 장애인차량이 주차할 공간에 일반차량이 주차하거나 명의를 도용해서 사용할 경우, 많게는 200만원의 과태료가 산정됨으로 그 불만은 정말 엄청나다.     


 법규가 있고 지침이 있고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함에도 상당수의 민원인들은 공무원에 대해 너무 편하게 막 대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중증장애를 가진 가족 또는 노모를 모시고 와서 옆에 계시게 하면서 몇 시간 동안을 자기 주장을 하는 분들을 보면 가슴이 멎는 답답한 마음이 든다.     


 과거처럼 공무원연금이 보상적인 혜택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국민연금보다 약간 지급률이 떨어진다는 것을 신규 공무원들은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공무원 사회가 막상 자기생활을 영위하기 좋다고 생각했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한국사회의 마지막 보루는 공무원조직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으리라 생각된다.


 코로나19 확진자 관리, 각종 지원금 업무, 재해 비상근무 등으로 주말과 저녁이 없는 삶이 이어질 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이 묵묵히 담당해야 할 의무가 공무원에게 있었던 것이다.     


 가까이 있던 젊은 공무원 한 명의 퇴사는 가볍게 생각하던 청년층의 고민을 상기시켰다.      


 과거보다 훨씬 더 자유롭게 자라난 세대에게 조직의 위계에 따라 각종 지시와 지도는 사뭇 갑갑함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동일한 업무를 반복하는 조직에서 상대적으로 경직된 지시라고 생각되면 더 못 견딜 상황이 되질 않았을까?


 후배 공무원이었던 청년이 창업을 해서 타코야끼를 만들면서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것을 찾아가서 축하했다. 정신없이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공무원 생활을 했던 기억들이 가게를 꾸려가는 데도 약간은 도움이 되기를 기원한다.     


 두어시간 호프집에서 그간의 정을 나누고 돌아오면서 한편으로 계속 공무원을 하는 사람들 각자에게도 자기 나름의 퇴사하지 않고 공직사회를 살아가는 이유가 궁색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대신할 수 없는 것이 공무원의 역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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