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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민 Oct 04. 2023

무연고 사망으로 처리됩니다.

“눈물로 걷는 인생의 길목에서 가장 오래, 가장 멀리까지 배웅해주는 사람은 바로 우리 가족이다.”  

허버트 조지 웰스, 소설가

   

 요즘 하루 일상에서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지급하며 끊임없이 접하고 있는 것이 장제급여 처리이다. 해산급여는 신청접수가 별반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망자에 대한 소식만 계속 이어지고 있다.  

   

 수급대상자가 집에서 돌아가시는 경우, 주민센터에서는 맞춤형복지팀이 안부확인을 하면서 발견하게 되고 보건소 방문간호사도 일정 중에 대상자의 가정을 찾아가서 마주하게 된다.     


 주검을 보게 되면 112에 신고하게 되고 경찰청 과학수사대가 법의와 함께 출동하여 상태를 확인하여 사망원인을 진단하게 된다. 만약 타살의 의심이 있으면 해당지역 관할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서 사체를 부검해서 범죄사실이 있는지 그 원인을 규명하게 된다.      


 대개 범죄사실이 확인되지 않으면 경찰은 시신을 안치하는 과정까지 연고자를 찾고 장례를 어떻게 할 것인지 문의하게 된다. 곧 가족들이 장례를 주관할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 부쩍 늘어난 경향이 무연고 사망자가 급증한 부분이다.


 과거보다 가족이 있음에도 시신인수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가족관계해체에 대한 주장, 망자의 부채에 대한 인계에 대한 거부 등이 시신거부사유로 주장되고 있다. 살기가 더 빡빡해진 탓일까? 망자를 앞에 두고 이전보다 가족의 감정은 쉬이 사그러지지 않고 가족관계단절을 해소할 기회도 마련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가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연락이 쉽게 닿지 않으면 시신을 냉동고에 안치하는 시간이 길어지기도 한다. 그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지자체나 경찰이나 충당할 비용을 마련할 수 없으니 고스란히 병원이 안아야 할 지경이다.      


 가족이나 친척의 인수거부가 확인되면 경찰에서 시신이 있는 병원으로 그 사실을 전달하고 병원의 장례식장에서는 공영장례 절차에 따라 저렴하게 장례를 맡을 업체에 의뢰한다. 해당 업체는 법정급여인 장제를 치르는 비용-장제급여 80만원-으로 예식을 감당하고 지자체에 급여를 신청하여 받게 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은 장례를 치르지도 않았고 망자인 부모를 거부한 사람들이지만 장제를 모두 마친 사항을 지자체는 연고자에게 통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사업무 정부지침에 따라서 연고자가 있지만 거부한 경우에는 공고절차를 하지 않고 처리결과를 바로 통보하게 되어 있다. 관심조차 없고 연락받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장례를 치뤘는지 알려줘야 하는 것이다.       


 실제 무연고자의 경우 지자체의 홈페이지와 하나 이상의 일간지 및 장사정보시스템에 공고사항을 게재하여야 하며, 1년이상 공고사항을 유지해야 하고 5년 후 유골을 합장할 수 있는 등 혹여 연고자가 나타날 경우를 대비하게 된다.     


 일인 세대가 날로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고독사가 보편화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누구나 겸허하게 인간의 존엄을 느낄 죽음 앞에서 가족 간의 불화의 맺힌 고리가 끊어지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지인이나 가족이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가족 간의 틀어진 관계가 장례를 치르는 기간 동안 망자를 제외하고 둘러앉은 사람들 속에 회포를 풀고 묵혀둔 한을 토해내어 해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는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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