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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민 Jan 10. 2022

기준 완화와 시간외 근무

“언제나 나를 가르치는 건 말없이 흐르는 시간이었다”

김정한, 시인


 한국의 기초생활보장제도 역사는 시혜에서 권리로, 과거의 관습에서 상식을 반영하는 흐름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 많은 시민단체, 특히 참여연대와 빈곤연대의 역할이 돋보인다.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오랜 동안 주장해 온 문제는 부양의무자 기준폐지였다. 작년 10월, 곧 2021년 10월부터 한국사회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부양의무자 기준을 대폭 하향했다고 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재정이 들어가는 만큼 국민적 합의를 아직은 여기까지 구했다고 얘기하는 부분은 여전히 논쟁점으로 남겨져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2017년 11월부터 노인과 장애인 부분에서 노-노 부양, 장-장 부양에서부터 폐지되기 시작하여, 2019년 1월 부양의무자 가구에 중증장애인이나 노인이 포함되면 적용하는 것으로 확대되고, 2020년 1월에는 수급자가구에 중증장애인, 노인, 한부모가정이 포함되면 폐지되는 것으로 확대되었으며, 마침내 2021년 10월 제외조건이었던 고소득(연 1억, 세전), 고재산(9억)인 경우만 남기고 폐지되었다.


 코로나19로 더 어려워진 경제여건 속에서 취약계층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었는데,  지자체 생활보장과 통합조사관리팀의 업무는 그야말로 폭증하였다. 인력의 증가 없이 업무만 늘어난 상황이 지속되었다.

 수급신청자가 급증한 만큼 조사 건수가 늘어났고 어쩔 수 없이 기일을 연장하는 사례들이 많아졌다. 조사는 결정단계에서 신청가구에 대해 확인할 부분을 체크하다보면 가정방문을 다녀왔음에도 통화시간만 1시간 이상하면서 소통해야 하는 건들이 상당하였다. 또한 전년도에 비해 경기변동이 심했음으로 소득의 변동이나 전출입, 사망 등 인적 정보를 변경시킬 부분도 훨씬 늘어났다.


 규모가 큰 지자체의 경우 조사와 관리 부분을 따로 떼어 운영하는 곳도 있으나, 조사와 관리를 함께 보는 지자체의 경우 두 가지가 함께 증가하면서 곤욕을 치르게 되었다.

 법정 기일이 있는 수급신청 업무와 변동된 자료를 통보받아 확인하여 정비하는 관리업무가 마감시한이 겹치게 되면 그 압박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직원들이 밤을 새면서 일을 하는 날들이 생겨나고 새벽을 바라보는 02시가 넘게 퇴근하여 다시 05시에 출근하는 사례도 보게 되었다. 주말 없이 매일같이 나와서 일하면서 업무담당자 각자의 건강에 이상신호들이 잡혔다. 위장장애가 생기는 직원들이 여럿 생기고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담당자도 있었다. 급기야 직원이 출근하지 않아 연락해보니 응급실에 있다고 한다. 어제 밤늦게 퇴근하고 몸을 가눌 수 없어 동생이 새벽에 응급실에 업고 왔다고 한다. 이틀 쉬면서 요양을 하고서 다시 근무에 임하는 직원을 보면서 마음이 안타깝다.


 시간외 근무가 늘어났지만 연간 지원하는 시간외 근무수당의 한계치를 두 달이 지나면서 거의 도달하였으며, 국민지원금 추가분 지급을 위해 적용되었던 현업공무원 기간 동안 적정하게 받았던 초과근무수당이 최종적으로는 반기별 유연적용과 겹쳐 연말에는 오히려 받은 것을 토해 내야했다.


 일은 일대로 하고 몸은 좋지 않은데, 더 취약한 상황의 민원인들의 스트레스도 받아 안으면서 복지공무원들의 일상은 지쳐만 갔었다.


 복지부서에서는 우선 인력의 증원을 요청하였다. 당장 짜여진 인력에서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 기획감사실의 조직계와 협의하고 행정지원과의 총무계와 논의하여 타 부서의 직원을 동원근무로 데려오게 되었다. 또한 수급자관리업무까지 폭증하는 연간 4개월 정도에 대해서는 지자체 초과시간 한계치인 57시간을 적용하기로 하여 근무에 대한 보상을 일정정도 이루었다. 그리고 혹여나 무슨 일이 생길까 하여 담당계장이 가급적이면 일정시간 내 같이 퇴근하자고 하여 과로의 고리를 끊으려고 노력하였다.


 인력이 늘어나 업무량을 조절하고 조금은 더 초과근무에 대한 보상을 하게 되었지만 거대한 양의 업무는 사람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조사관리계에 배치된 직원들은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한다면 전보라도 빨리 해 주기를 바란다. 적어도 1년 6개월이 지나면 해당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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