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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민 Jan 12. 2023

대통령 표창의 무게

“네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시간이란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소설가


 우리 구가 최근 2022년 기초생활보장분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수급자 조사관리, 급여관리, 긴급복지 지원 부문의 지표를 평가한 결과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공적조서를 작성하면서 각 평가항목에 관한 요약을 정리해서 보내고, 한 달 후 내려온 성과물을 보며 가슴 뿌듯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수상 소식의 각성 효과로 밤새 잠을 한숨도 잘 수 없었다. 이루어질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났고 이것이 가지는 파급력이 얼마나 클 것인지 온갖 상상이 머리를 가로질러서 편안한 수면이 가능하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2020년 7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구청장은 생활보장과를 조직개편으로 신설하였다. 어쩌면 환경적으로는 조사관리나 기초급여업무라는 법정업무가 부서의 전면에 드러나 과거보다 특정된 측면이 있었고 좀 더 역할을 부각하여 전문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역특성상 원도심이고 거주지역 밀도가 좁아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직접적으로 단체장이 주민을 자주 접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하기에 직원들이 평소 구민들을 더 자주 확인하고 대면 활동도 더 원활했던 자치구임으로 행정의 질과 체감도는 타구에 비해 높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실무를 담당했던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피와 땀이 없었다면 이런 대단한 성과는 있을 수 없었으리라 여겨진다.


 생계급여를 담당한 주무관은 마치 수도자처럼 한 시간 이상 빨리 출근하여 두시간 정도의 초과를 생활화 하였고 주말도 반은 나와서 일을 수행해야만 했다.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화되고 폐지되는 흐름에서 조사관리를 담당하는 청년 복지공무원들은 새벽 출근과 자정 퇴근을 마다하지 않았고 민원처리 기간의 압박 강도를 버팅겨내고 있었다. 옆과의 긴급복지를 담당한 직원은 교정시설 출소자 및 위기가구의 신청을 당일 처리하기 위해 거친 요구들에 대해 경청과 정리된 포맷으로 깔끔한 업무처리를 유지해 나갔다.


 또한 신규수급자 발굴과 관리를 위해 가이드북을 만들고 현장으로 찾아가는 복지시책 교육을 실시하여 동 기초수급담당자 업무연찬, 복지기관 담당자 교육, 각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교육을 월별로 진행하여 복지사각지대 해소에 박차를 가했다. 각 동의 묵혀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서 계장과 동 담당자가 찾아가는 확인조사를 실시하여 부정수급과 권리구제를 활발하게 진행하여 구와 동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었다.


 고된 업무는 끝끝내 하위직 공무원이 퇴근 후 집에서 쓰러져 가족의 등에 업혀 응급실에 실려가게 만들고 말았다. 이후 동료들의 도움으로 그 직원은 차츰 조금씩 몸을 돌아보게 되었다. 어느 직원은 수급자 관리를 하는 과정에서 이주일간의 이의제기와 각종 요청으로 탈장과 장협착으로 첫 수술에 이은 재수술을 하는 아픔도 겪었다.


 일하는 공무원 누구나 지자체의 예산과 인력의 한계 속에 근무하기에 많은 일을 한다고 해서 승진을 빨리하거나 초과근무수당을 훨씬 더 많이 받을 수도 없다. 초과근무는 일일 4시간 근무로 제한되어 있고 지자체 예산 내에서 집행가능하다. 휴일 8시간 일을 하고 가더라도 4시간은 인정되지 않아 자원봉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떻든 수급신청 민원을 접수하고 처리하는 기한은 지켜져야하고 현실적 근무환경의 제약도 슬기롭게 이겨가야 한다.


 절망하고 괴로운 가운데 구청 내부 조직진단을 통해 직원 1명을 동주민센터에서 동원근무로 발령내어서 전체적으로 1인당 오래 감당했던 초과근무 시간을 줄여갈 수 있었다. 또한 단체장을 비롯하여 간부공무원들이 야근 직원들을 격려하는 도시락 배달을 해주어서 조금은 마음의 보상이 있었다. 초과근무 시간에 대한 보상도 특히 격무가 집중된 시기는 현업공무원에 준하는 조치를 2~4개월 적용하도록 요청하였다.


 임계점을 넘어 각종 사고가 벌어지는 것들을 가까스로 막아가는 상황에서 선배 복지직 공무원들은 함께 일체감을 형성하며 출장과 행복이음 시스템 관리를 하면서 디테일한 부분까지 챙겨나갔다. 또한 격무를 담당한 직원들을 늦어도 1년반에는 타부서로 전보되도록 인사과에 협의하여 그 기준이 가급적 지켜지도록 하였다.

 그 종착역에서 기초생활보장분야 대통령 표창이란 결실을 맺은 것이다.

 

 대통령 표창의 무게에는 실로 담당공무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열정과 과도한 업무에 따른 소진과 폭주한 민원인을 상대한 스트레스의 중량이 담겨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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