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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Do It

짐작하고 판단하지 않고 그냥 맡긴다.

by 신선한량

집 뒷산에 오를 때마다 본격적인 운동과 산책을 하기 전에 철봉 앞에 선다.

3단 철봉 중 가장 높은 철봉은 내 머리를 훌쩍 넘는 높이다.

도움닫기로 공중으로 몸을 날리지 않으면 잡지 못할 만큼 저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철봉 매달리기는 운동을 하기 전 나만의 간단한 리추얼 이다. 오늘도 잽싸게 달려 도움닫기를 해본다. 마지막 왼발 끝 발가락에 힘을 실어 바닥을 힘껏 밀쳐낸다. 두 손을 철봉을 향해 뻗는다. 이윽고 손에 ‘턱’하고 묵직하고 딱딱한 쇠뭉치가 두 손바닥에 만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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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됐다.'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온다.

한 번에 성공했다. 어떤 날은 한 손에만 잡혔다가 미끄러지는가 하면 아예 철봉에 닿지 못하고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철봉에 도전하는 것은 숙명 앞에 선 나를 독려하기 위함이다.

왠지 거창하게 오버하고 싶어진다.


철봉에 매달린다는 것은 내 일상 속 모든 과업에 대한 나의 투지를 독려하기 위함이다.

그 큰 구조물 앞에 설 때마다 속으로 되뇐다.


‘그냥 달려가고 팔을 쭉 뻗고 내 몸을 그냥 맡기기만 하면 돼’

그렇게 내디딜 발과 손에만 집중하고 그 이후는 생각하지 않는다.

잠시 후에는 내 손 안에는 철봉이 이미 쥐어져 있다.

그 찰나의 쾌감이 온몸에 나른하게 퍼진다.

30대 시절에는 정말 가뿐 했는데 40대 중반을 넘기면서 몸이 둔해지고 배가 나오면서 뒷동산 날다람쥐는

오동통한 너구리가 되고 말았다.


지금 내가 할 일은 주어진 현실에 충실할 뿐이다.

철봉의 높이를 가늠하면서 철봉에 손이 닿을까 말까 머뭇거리기보다 일단 발을 내딛고 손을 뻗으면서 몸을 허공에 맡기기만 하면 된다. 가수 이승환이 ‘야바라바히야‘라고 주문을 외치듯 속으로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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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믿는 거야 내딛고 팔을 뻗으면 내 할 일은 다 한 거야
그다음은 짐작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그냥 맡긴다.’


간단하고 사소한 의식이지만 지금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내게 힘을 실어준다. 내 앞에 주어진 일에만 집중한다. 그리고 그냥 해보는 거다. 그 다음은 운에 맡긴다 거긴 이미 내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같이 예민한 사람은 이러저리 돌려보고 맞춰보고 예상하느라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쓴다.

고민하고 때로는 괴로워하면서 에너지를 쓰면서 스트레스받기보다는 그냥 해 본다.


그렇게 구상만 하고 시기를 놓친 프로그램이 몇 개이며 생각만 하다가 후회한 관계가 얼마인가 때론 가보지 않고 해보지 않은 일에서 보석을 건져 올린다.

Just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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