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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밈 Jun 07. 2019

5. 결혼은 인생의 한 선택일 뿐

혼자 태어난 세상, 혼자 살까 둘이 살까

내 나이 만 스물여덟. 한국 나이로는 꽃 같은 20대의 마지막, 29살이다. 아직 혼자만의 삶을 누릴 좋은 나이라고 생각하는데, 명절 때마다 친척들로부터 '결혼 언제 하니?'라는 말을 듣게 된다. 결혼은 '이때쯤 할 거야!'라고 혼자 마음먹는다고 해서 말처럼 쉽게 되는 일이 아닌데도 말이다. 게다가 회사에서도 심심치 않게 그 말을 듣는다. "얼른 결혼해~ 아기도 빨리 낳는 게 좋으니까 일찍 결혼해서 신혼 좀 누리다가 아기 낳아~" 빨리 결혼해서 빨리 아기를 낳아야 한다?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그 한 마디 속에는 결혼은 필수라는 고정관념과 아기는 무조건 낳아야 한다는 압박과 강요가 숨어있다. 사회는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결혼'과 '출산'이 의무인 것처럼 세뇌시키고 있다.


결혼은 의무가 아닌 선택


솔직히 한 인간으로서 결혼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결혼보다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큰 방향성을 두고 살아가는 게 옳다.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그것은 개인의 선택이지, 국가가 감히 강요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이 함부로 비난할 수도 없다. 이래라저래라 참견하는 것도 개인이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을 방해하는 오지랖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결혼하지 않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행복하게 잘 사는 사람들이 많다. 결혼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은 사람은 본인의 삶에 집중하고 뜻하는 바를 이루기 위하여 시간과 돈을 자신에게 더 투자할 수 있다.



결혼 알고리즘


결국엔 다 잘 살자고 사는 건데


결혼을 하든 안 하든 내 인생은 계속된다. ‘결혼을 했으니 남은 인생 해피엔딩 끝!’도 아니고 ‘결혼을 안 했으니 불행 시작!’도 아니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결국,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의 가치관이 삶의 만족과 행복을 결정한다. 그러니 인생을 보다 크게 바라보고 어떻게 살지 방향성을 먼저 잡자. 우리는 그 길을 따라가며 매 순간 작은 것에 감사해하고 충만함을 느끼면 된다. 결혼을 선택하든 안 하든 결국 자신의 신념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결론만이 남아있다.


때론 인생의 기로를 틀 수 있는 중대한 선택을 해야 될 때도 있다. 가령, 대학교를 ‘간다/가지 않는다’ 선택할 때 우리는 장래 목표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더 효과적인 길을 택한다. 모두가 대학교를 갈 필요는 없으니까.


결혼도 대학교 선택처럼 생각하면 어떨까. 대부분이 대학교를 가지만 모두가 대학을 가는 게 아니다. 대학교를 가면 더 잘 살 수 있는 가능성은 있지만 꼭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결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결혼을 해야 하는 건 아니고, 결혼한다고 모두가 화목하게 잘 사는 것도 아니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과 함께할 때 행복하다면 결혼하면 된다. 2~30대 결혼하여 자녀도 갖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사는 것도 좋다. 혹은 자유로운 사랑을 하며 살다가 늦게라도 인생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 4~50대에 결혼한다고 치자. 감히 그 누가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그 또한 하나의 인생인걸. 자녀는 갖지 않고 배우자와 둘만의 행복한 삶을 상상한다면 그걸로도 또한 충분하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없거나 결혼 제도 자체를 따르고 싶지 않다면 안 해도 그만인 것이다. 아무도 그들에게 억지로 어떤 선택을 강요할 수 없다. 결국은 자신의 선택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니깐.


결혼도 하고 싶고, 자녀도 갖고 싶은데 타이밍 맞게 뜻대로 안 될 때가 가장 안타깝지만. 대부분은 이런 고민이지 않을까.


그런데 왜 국가는 결혼을 하라고 그렇게 난리냐고? 왜 지방자치단체에 결혼장려과가 생기고 심지어 미혼 직원들끼리의 미팅 행사를 주선하냐고? 그야 사람들이 결혼을 해야 가정이 생겨 사회 질서를 유지할 수 있으니깐. 도덕적 잣대와 책임감을 엄격히 들이밀 수 있는 가정이 생겨야 어지러운 사회를 그나마 피할 수 있으니깐. 또한 출산을 장려해야 인구 수도 유지하고 노동자가 있어야 국가 경쟁력도 잃지 않으니깐.


쓰다 보니 결혼이라는 것이 마냥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는 사실에 조금 슬퍼졌지만. 뭐, 결혼을 하는 데에는 다들 그들 나름의 수많은 이유가 있으니깐. 일단 진정한 사랑을 하는 이들에게는 결혼이 행복한 인생을 함께 그려나갈 첫 단추이지 않을까. 그리고 중요한 건 결혼을 하든 안 하든 그건 그 누구도 아닌 나의 선택이며, 그보다 진짜 더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갈까 하는 신념이지 않을까?




내가 결혼을 해보니 별로야, 넌 하지 마. 내가 결혼을 해보니 좋더라, 너도 어서해. 이런 말 자체를 아예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든 안 하든 제가 알아서 할게요. 대신 우리 이제, 스스로를 돌보며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지에 대해 이야기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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