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환영 인사인가요?
아직도 생생하다. 면접 때 처음 입은 까만 정장을 다시 꺼내 입고서 첫 출근하던 날.
아아- 출근이랄 것도 없었다. 회사 뒤 10초 거리에 있는 회사 기숙사에서 나왔으니.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지옥철을 타지 않아도 돼서 좋았지만 한편으론 취준생 때 다른 이들처럼 뭔가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은 척 바쁘게 출근길을 걸어가고 싶었던 로망은 그저 로망으로만 간직해야 했다. 커피 한 잔 들고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오늘은 어떤 하루가 될까 생각하며 걷고 싶었는데. 기숙사 문을 나와 앞에 빤히 보이는 회사로 10초 정도 걸어가니 도착해버렸다.
아아, 벌써 회사라니. 다시 뒤돌아서 10초만 걸어가면 내 방인데 출근하자마자 어서 퇴근하고 싶었다.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인사 담당 과에 도착하니 직원들이 아직 안 계셨다. 멀뚱히 앉아서 기다리는데, 들어오시는 분마다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해주셨다.
왜 이 조직에 들어왔어?
아직 안 늦었어. 얼른 나가~
방금 인사말, 내가 제대로 들은거 맞지? 저 오늘 첫 출근했는데요? 어리둥절하였다. 저 말은 진심일까, 농담일까. 보통 회사에서는 저런 말로 신입사원을 반기는 걸까? 내 앞날을 미리 걱정해주시는 걸까, 하루 빨리 나가라고 충고하시는 걸까?
그래서일까. 나는 들어오는 순간부터 이 조직에 정을 붙일 수 없었다. 수십 년 일하신 선배들이 신입에게 ‘그래, 잘 왔다’는 인사 대신 ‘어서 나가’라고 손 흔들어주는 이곳. 선배들이 조직에 애정을 가지고 업무에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줘도 부족할 판에 나의 동기부여 에너지를 갉아먹고 있었다.
그래. 난 왜 이 조직에 들어왔던 것일까. 어쩌면 출근 첫날, 그 말씀을 들었어야 했다. 퇴사하고 더 큰 세상으로 나갔어야 했다. 보다 더 생생한 분위기를 가진, 자신이 속한 조직과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곳으로.
그날, 원래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가는 데 어차피 10초밖에 걸리지 않았었는데, 그냥 되돌아갈 걸 그랬나. 이러다 10년을 돌고 돌아 그토록 바라던 곳으로 가게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