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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밈 May 30. 2019

굳이 공무원이 되어야겠다면

감수해야 할 세 가지

이 세상엔 수많은 직업과 직장이 있다. 우리가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그런데도 굳이 공무원이 되려고 한다면 다음 세 가지는 꼭 감수해야 한다.


첫째, 귀여운 월급. 4년째 회사 인턴 수준의 월급을 받고 있다. 매달 25일이 되면 월급이 너무 앙증맞고 귀여워서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아니, 이 월급으로 어떻게 다들 결혼하고 아기 낳고 사는 거지? 얼마나 허리띠를 졸라매고 사는 걸까? 너무너무 궁금하다. 가정을 이루고 계신 옆 직원분에게 생활의 비결을 묻고 싶어 진다. 공무원 연금도 완전히 박살 났는데 이제 와서 연금을 기대하며 들어오는 건 아닌 것 같다.


둘째, 귀엽지 않은 민원. 공무원은 대민 업무를 수행한다. 모든 국민이 민원인이며 그들은 쉴 새 없이 다짜고짜 전화한다. 대부분 상식이 통하는 보통 사람들이지만 간혹 마주치게 될 것이다. 진짜 상스러운, 진상을 말이다! 진상은 2~30년 근무하신 선배 직원, 관리자분들도 어려워하는 상대이다. 그러니 부디 그들을 만나게 된다면 눈물 콧물 쏟으며 마음 쓰지 말고 지나가는 비바람이다 생각하고, 맛있는 거 먹고 일찍 푹 잠들자.


셋째, 언제 느꼈는지 까마득한 보람. “공익을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 면접을 볼 때 이렇게 말하겠지만, 실제로 보람을 느낀 적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것처럼 극히 드물다. 음, 압류 등을 하는 체납 업무다 보니 그런가? 아니다. 이 업무를 하기 전에도 그랬다. 보람 따위 없었다. 간혹 듣고 기분 좋아지는 “감사합니다” 인사도 내가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을 했기 때문에 받는 것뿐이지, 정말 스스로 뿌듯해서 ‘이런 보람 있는 일을 하다니 자랑스러워!’라고 느낀 적은, 없다. 오히려 내가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고 있나?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건데도.


직장인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위 세 가지를 잘 견딜 수 있다면, 공무원을 추천한다. 공무원은 안정적이라고 하는데 그것도 사람 나름이다. 너무 안 맞다고 느끼는 순간 한시라도 빨리 퇴사하고 싶어 지니까. 평생 다니고 싶은 직장이라고 느껴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데, 단 하루도 견디기 힘들면 안정성이고 뭐고 의미 없고, 당장 내일 출근도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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