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과의 갈등 후,
어쩐지 오전이 평화롭게 지나가더라니. 오후에 걸려온 전화 한 통에 내 모든 멘탈은 바사삭 부서져 버렸다.
그 전화는 이전에 한 번 통화한 적이 있던 민원인(a.k.a 체납자)으로부터 걸려왔다. 그의 주장은 A였고, 나의 주장은 B였다. 하지만 그는 도저히 B를 납득할 수 없다는 듯, 내 말은 듣지 않았다. 처음부터 자신의 말이 다 맞고, 상대방의 이야기는 귀 기울여 들으려고 하지 않는 태도였다. 그냥 따지고 화내려고 전화한 것이다.
그래. 꼭 이 사람뿐만 아니라 다들 똑같다. 심지어 나도 그렇겠지. 자신의 이익과 반대되는 일이 벌어지면 그 규칙이 뭐든 간에, 일단 화가 나고 먼저 따지고 보겠지. 차분히 상황을 판단하고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서 그저 모든 화난 감정을 상대방에게 쏟아내겠지. 그 부정적인 감정을 피하지 못한 상대방은, 마음에 산산조각 상처를 입을 것이다.
이 민원인의 입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갈등 상황을 견디기 너무 힘들었다. 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일말의 의지조차 나에게 남아있지 않았다. 그냥 피하고 싶었다.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갑작스럽게 급소를 공격당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다른 직원의 도움을 받고자 하였지만 결국 다른 이에게 민폐만 끼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무능력하게 느껴졌다. 이런 갈등 상황 하나도 제대로 단호하게 해결하지 못하고서,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간다는 걸까.
나의 갈등해결능력과 의사소통능력의 한계에 무능력함을 느꼈다. 그리고 밀려오는 자괴감과 한심함. 아- 그래서 기업들이 자기소개서 질문에 갈등을 해결한 적이 있냐고 묻는 거구나. 아직 너무 어렵다. 상대방이 말을 잘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입장이라면 똑 부러지게 말할 자신이 있지만, 아주 고집스럽고 불도저 같은 사람이라면 내 의견을 이해시키기란 너무 어렵다. 이건, 다른 선임들도 어려워하겠지?
그래서 오늘 괜히 눈물이 났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