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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밈 Aug 07. 2019

요즘 것이 느낀 공무원 장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두고 싶은 이유

나는 국가직 중에서도 모두가 기피하는 세 직렬(고용, 사회복지, 세무) 중 하나인 세무 직렬이다.

공무원도 직렬과 부서마다 하는 일이 다르고, 조직문화와 부서 분위기도 천차만별이다. 같은 공무원이라도 자신이 속한 조직에 따라 느끼는 점들은 조금씩 다를 것이다.

지금 말하고자 하는 공무원 장점도 이 직렬에서 4년간 일해오며 두드러지게 느낀 점이자 개인적인 생각임을 앞서 밝힌다. 다른 분들은 또 다르게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 단점은 이전 글에 간략히 써둔 게 있어서 이번 글에선 생략하였다.





나는 소위 말하는 요즘 것들에 해당한다. 도서 『90년생이 온다』의 90년대생이기도 하다. 내 할 일은 확실하게 하되 상사 눈치 보며 야근하는 것은 절대 반대이고, 조직 내 발생한 부당한 일에 대해선 당당하게 말하고자 하며, 연차는 소중한 권리이니 바쁘지 않은 시기에 자유롭게 쓰자는 주의이다.


직장에서 관리자들은 관리자들의 역할을 다하면 되고, 나는 나의 역할을 다하면 되니 괜히 꼰대스러운 개인적 질문이나 심부름은 극구 사양하는 바이며 상사의 부당한 언행이나 갑질도 거부한다. 이 정도면 보통의 요즘 것들이겠지?


요즘 것인 내가 그동안 느껴왔던 공무원의 장점에는 이런 것들이 있었다.







1. 아이를 키우는 직원에겐 정말 좋다


육아휴직, 자녀 돌봄 휴가, 출산휴가(배우자 10일), 육아시간(2년간 하루 2시간 출퇴근 시 유연하게 사용), 시간제 근무 전환 등 결혼하여 자녀가 있는 직원들을 배려해주는 제도가 아주 잘 마련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점점 선진화된 제도를 도입하고 있고 그 제도가 잘 정착되어 직원들이 실제로 시행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공무원은 법을 집행하는 업무를 하다 보니 법적인 제도는 비교적 눈치 보지 않고 잘 활용할 수 있다.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육아휴직과 육아시간을 자유롭게 쓰고 있고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지금도 우리 과에서 8명가량은 4시에 퇴근하거나 10시에 출근하는 등 육아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한다. 그리고 육아 등의 사유로 ‘시간제 근무’ 전환을 할 수 있는데, 하루 4시간만 일하고 퇴근하면 된다. 나중에 아이가 다 크면 다시 '전일제'로 전환하여 일할 수 있어서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월급은 반토막이 나겠지만.


다만, 혼자인 직원에게 주는 복지는 전. 혀. 없다. 사기업에서는 휴가비 지원, 도서구입비 지원, 자기 계발비 지원 등 소소한 복지제도들이 잘 마련돼있겠지만 그런 건 전혀 없다. 복지포인트가 있다고? 금액이 너무 소액이고 직장 보험비로 다 빠져나가서 포인트는 거의 없다.


이렇게 싱글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더군다나 결혼한 분들이 휴직, 육아시간 사용 등으로 자리를 비운 사무실에서 그분들의 전화를 당겨 받고 급한 일은 대신해야 한다. 그럴 땐 미혼인 사실이 서럽지만 그래도 옆에서 지켜보니 육아에 바쁘고 지친 분들에겐 이런 제도가 구애 없이 잘 시행되고 있어서 보기 좋다.






2. 자유로운 연가 사용 & 연가 생성 가능


이것도 진리의 부바부는 적용된다. 상위기관으로 올라갈수록 연가사용이 어렵고 상사의 눈치를 많이 본다. 하지만 일선에 근무하면서 가장 만족하고 있는 장점이다.


조퇴, 외출, 연가 등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편이다. 이 덕분에 매년 여름휴가철이 아니더라도 연가를 5일씩 붙여 써서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연가 사용 시 보통은 아무도 그 사유를 묻지 않고(간혹 오지라퍼들은 묻는다) 결재 시 사유를 쓰는 칸도 없다. 물론, 연가는 눈치껏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자유롭더라도 바쁜 시기에 자리를 오래 비우거나 매주마다 말도 안 되게 연가를 자주 사용하면 누군가에게 업무 부담을 주니깐.


또한 주어진 연가를 다 사용하면 초과근무를 하여 연가로 저축할 수 있다. 가령, 한 달에 8시간 초과 근무하였을 때 보통은 초과근무 수당으로 받지만 그 대신 8시간을 연가 1일로 저축하여 사용할 수 있다.


비트코인이 아니라 연가 채굴을 하는 거다. 연가를 다 사용하여도 또 만들어낼 수 있으니 적은 연가일수를 가지고 있더라도 연가 사용에 부담이 없는 편이다.




3. 법만 잘 따르면 된다


업무 수행 시 기준으로 삼는 것은 단 한 가지, 바로 이다. 일반 회사처럼 아이디어 회의, 창의적 문제 해결은 비교적 중요하지 않다. 상사가 이렇게 하라고 했는데요? 이건 통하지 않는다. 아, 물론 아주 가끔 상사의 지시에 따라 법을 유연하게 적용시킬 때도 있지만. 어쨌든 법대로만 일을 처리하면 그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민원인도 상사도 함부로 말을 못 한다. 왜? 법대로 했으니까! 마음에 안 들면 법을 고쳐야지!


그런데 이런 식으로 생각 없이 법만 집행하면 나치 시절 유대인에게 전기충격을 가한 공무원처럼, “전 그저 하라는 대로 했는데요?”하며 자신의 행동이 어떤 영향력을 끼치는지 아무런 자각 없이 기계처럼 일하게 된다. 그래서 일선에서 직접 법을 집행하며 느끼는 법의 허점이나 개선해야 할 부분들은 의견을 수집하여 상위기관으로 전달하고 개선하고 있다. 또 법에 의해서 일을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여 가장 적합하게 법을 적용하고 원활하게 처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에 의해 원칙적으로 딱딱 떨어지는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아주 개운함과 깔끔함을 느낄 수 있다. 이건 내가 숫자를 다루는 일을 하고 있어서 더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공무원으로서 일단 법이라는 가이드라인에 의해서만 일을 처리하면 되니 업무 원칙은 비교적 간단하다. 하지만 법이 하도 복잡해서 법대로 하는 게 말이 쉽지 실제로는 머리 싸매고 계산하고 분석해야 되는 게 치명적인 단점이다.




4. 내 일만 딱하면 되는 개별 업무


이건 우리 조직에만 해당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자신에게 독립적인 일이 전산으로 부여되기 때문에 내가 판단하고 결정해서 관리자 결재만 받으면 일이 끝난다. 옆 동료와 같은 종류의 일을 하지만 다들 자신의 업무만 처리하면 되기 때문에 회사처럼 대리가 사원에게 이것저것 자신의 일을 떠넘겨 시킨다던지, 업무분장에도 없는 일을 자신이 하게 되는 일은 별로 없다.


전산에 나오는 자기 할 일만 딱 끝내면 어느 누구도 일을 더 하라고 잔소리하거나 자기 일을 떼어줄 수도 없다. 보고서 형식에 너무 얽매이거나 단어, 그래프 하나하나 까다롭게 검토하는 일이 아니라 숫자만 다루고 자기에게 부여된 일만 처리하면 되어서 일이 깔끔한 편이다.


하지만 정작 일을 하려고 들여다보면 워낙 어렵고 복잡하고 민원 발생 여지가 크고 처리해야 하는 양도 많다. 간혹 보고서를 작성해야 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 업무처리방식은 내 일만 딱 하면 되어 깔끔하다.




술은 좋아하는 사람과 편안히 마시는게 좋다


5. 부드러운 조직 분위기, 회식문화


여성 직원이 많아서 사무실 분위기나 회식 분위기가 밝고 부드럽다. 억지로 잔을 돌리거나 술을 강요하지 않는다. (물론 이것도 관리자의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과 회식도 1년에 두어 번 정도밖에 없고, 해도 1차에서 깔끔하게 끝난다. 흥이 오른 사람들은 2차까지 가기도 하지만 강제로 모두가 가지 않아도 된다. (+ 간혹 부서에 따라 돈을 갹출하여 회식하러 가기도 한다. 술도 잘 못 마시는데 거금 2~3만 원씩 내고 회식하러 가면 돈이 엄청 아깝고 가기 싫다)


남성 직원들이 많고 군대문화가 강한 조직에서 일해보았다면 그곳과 비교하여 지금 이곳의 분위기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더 좋은지 알 수 있을 텐데. 어쨌든 일반 직장 치고 다니기에는 둥글둥글하고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인 것 같다.


단, 명심해야 되는 게 편안하다는 것이 조직 분위기를 말하는 거지, 업무 성격은 아주 억세고 거칠다! 그리고 초등학교 교사들처럼 여자들만 많지 않고 균형적인 성비를 이루고 있어 성비 불균등으로 인하여 남녀 각자가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은 없다.







이 외에도 누군가는 연금이나 고용안정성을 꼽겠지만. 내가 봤을 때 연금은 이제 단점에 가깝고, 고용안정성은 사기업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그렇다는 이야기지, 실제로는 퇴직해서도 관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는 규정과 회사와 관련 없는 공무수행 경력 때문에 퇴사하여서도 회사원보다 경쟁력이 훨씬 떨어진다. 즉, 조직이 마음에 들지 않아 퇴사하더라도 경력을 살려 자유롭게 이직하는 것은 힘들다. 그리고 정년까지 채우지 않고 중간에 명예퇴직하시는 분들도 많다.


능력이 부족하여도 일반 회사처럼 당장 해고를 시키지 않는다는 점, 경기변동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라면 장점이겠지만 일하다 보면 알게 된다. 결국 그렇게 남게 된 무능력한 또라이들을 감수해야 되는 것이 결국 ‘나’이고 경기변동으로 국민이 힘들면 대민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도 결국 힘들다. 일 안하고 능력없는 공무원은 해고시키면 좋겠다, 제발. 아무튼 그래서 위 사항들이 무조건적인 장점은 아닌 것 같아서 쉽게 언급하지 않았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을 그만두고 싶은 것은, 결국 하루 8시간 꼼짝않고 일해서 쥐꼬리만한 월급이라도 받으려고 출근하는 건데 대민업무, 세정업무가 기대 이상으로 너무 힘들고 (공익에 기여하는 느낌이나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월급이 쥐꼬리보다도 적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많이 벌려면 사기업에서 충성을 다하여 일해야 하는데, 욜로와 워라벨도 중요한 요즘 것인 나는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 어김없이 고민인 오늘도,  글자만 끄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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