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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밈 Mar 01. 2021

23. 기묘한 타이밍

넌 너의 길을 가면 돼

왜 요즘 글을 안 써? 북이가 물었다.


"그게... 불과 한 두 달밖에 안되었지만 1년 넘게 글을 쓰고 있는 보다 구독자 수가 고 글 하나만 올려도 좋아요 수가 백 개, 이백 개씩 달리는 작가가 있어."


내가 쓰고 싶어 하는 감성적이고 따뜻한 글들을 쓰고 있는데, 나도 그런 글들을 쓰고 싶지만 막상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걱정, 불안, 다짐 같은 현실적이고 딱딱한 글들만 쓰게 된다고. 그 사람이 부럽고 내가 초라해져서 글을 못쓰겠다고 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반짝하고 떴던 그 많던 가수들도, 더 젊고 인기 많은 아이돌, 스타 가수들에 밀려 점점 사라지는구나. 왜 그들이 앨범 내는 걸 주저하는지 알 것 같았다.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는 걸.


난 너의 글이 좋은데? 난 오히려 그런 현실적인 글들이 좋아. 너도 너만의 글을 계속 쓰다 보면 분명 빛을 볼 날이 올 거야.


거북이의 한 마디에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툭 떨어졌다. 그래, 나는 글을 쓰고 싶어서 쓰는 건데.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면서 괴로워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는데. 이게 쓰다 보니 숫자로 측정되는 조회수, 좋아요 수, 댓글 수에 은근히 신경 쓰이게 된다. 그 숫자가 높아야만 마치 좋은 글이고 인정받은 글인 것처럼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저 내 생각과 감정, 그날 하루의 일을 쓰고 싶어서 쓴 것뿐인데. 나는 왜 숫자에 얽매여 자책감을 느끼는 걸까? 


그 날, 오래된 글에 브런치 댓글 알람이 떴다.

글이 항상 현실적이어서 너무 빛나요! 응원합니다!

마침 거북이와 이런 대화를 하고 있던 찰나에 용기를 불어넣어준 크나큰 한 마디였다. 신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가 툭 나타나 힘을 준 것처럼. 타이밍이 기묘했다.


그래. 사람은 능력이 좋은 거니 잘되면 그걸로 족하다. 그런 글들을 읽고 밑거름 삼아 나는 나만의 글을 써나가면 된다. 남과의 비교가 제일 쓸데없는 짓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글을 잘 쓰는 이들도, 아직까지 갈 길이 먼 나도, 모두 모두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면 된다. 하얀 눈이 소복이 덮인 걸어갈 때처럼 나를 앞질러 멀리 나아가는 그들의 발자국을 보면 쫓아가고 싶어 안달도 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걸음을 바삐 옮겨 가기 때문에 내 앞에서 금세 사라져 있을 것이다. 어느새 눈은 소복소복 내려 푹 파인 발자국을 흔적도 없이 덮어버린다. 그러고 나면 다시 고요한 나만의 세상이 찾아온다. 


하얀 도화지처럼 쌓인 눈 위에 한 걸음 한 걸음 나만의 글을 써나가면 된다. 그 글들은 아마 달콤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눈물이 날만큼 맵고, 시고, 짤 테지만 인생사 다양한 맛을 느껴볼 수 있으니 그걸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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