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22 º6'50'' / E 113 º33'42''
[9.Jan]
검은 뼈들의 환영이 사라지고, 푹신한 매트리스와 구름같이 포근하고 따스한 이불과 좋은 냄새들이 우리에게 깊은 숙면을 보장해주진 못했다. 낯선 이국 땅에서의 숙면의 욕구는, 어린애들의 생떼처럼 허공에 흩어질 뿐 현실이 될 수는 없었다. 우리 몸의 모든 신경계들은 이 낯선 환경에서의 생존을 위해 모두가 곤두서 있는 돌기들이었다. 까슬해진 혀와 버석거리는 마른 입술을 매달고, 낯선 곳에서 낯선 우리의 하루가 또 시작됐다. 전날 미리 예약해 둔 조식을 전투적으로 먹어 치운 우리는, 포만한 자들의 전형적인 느린 어그적 거리는 걸음으로 도어맨의 배웅을 받으며 호텔문을 나섰다. 우리는 지난밤과 다르게, 한결 차분해진 도심을 느리게 걷고 또 걸었다. 낡거나 새련된 건물들, 이 도시와 어울리지 않는 이국적인 건물들, 높은 인구밀도가 가져온 쇠창살 안에 갇혀있는 비둘기 집 같은 작은 공간들, 건물들의 무덤처럼 을씨년스러운 도시의 블럭과 공동묘지를 지나, 반얀트리의 공중뿌리들이 휘날리는 거리와 언덕을 오르고 또 올랐다. 언덕마루에 올라서니, 마침내 우리가 보고 싶어 했던, 패허가 된 성당의 파사드가 내려다 보였다. 무덤을 지키는 비석처럼 덩그러니 서있는 파사드 뒤로 연결되어 있던 건축물은, 연이은 화재로 소실되어 지금의 석재로 지어진 앞쪽면의 파사드만이 남아 있었다. 우리는 여행자들로 분비는 광장을 비집고 서서, 오후 햇살 아래 안개 같은 신비함에 싸인 파사드와 정면으로 마주했다. 당시 문맹자들을 위해 방대한 이야기들과 신비로 가득한 성경의 내용을 압축하여, 이 벽면 하나에 표현했다는 가이드의 말을 듣고 있었다. 당시 내가 문맹의 기독교인이었다면 이 난해한 부조와 조각상들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 천국과 지옥, 구원과 부활의 신앙으로 이 파사드를 숭배했을까? 자문하며, 지금은 박물관에 보관 중인 종들이 매달려 있었을, 공허하게 비어 있는 세 개의 공간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렇게 우리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과 같은 파란 형광색으로 우리 기억 속에 저장되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