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22 º6'50'' / E 113 º33'42''
[10.Jan]
파사드가 순례자들에게 위안과 평안을 주었던 것처럼, 파사드의 은총은 지난밤 우리 모두에게 꿈조차 없는 깊은 잠을 선물로 주었다. 이제 우리는 익숙한 삶이 기다리는, 37º 위도에 있는 집으로 되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여행을 시작할 때의 설렘과 흥분까지는 아니지만, 우리는 낯설고 불편한 이곳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는 현실에 들떠 있었다. 아열대의 아침 여명과 함께 다시 집으로 되돌아가는 우리의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대부분의 이동수단을 이용해 집으로 돌아왔다.[ 택시->고속정->고속열차->항공기->자가용 자동차] 아직, 이스탄불로의 여행이 남아 있는 딸과 헤어져 아내와 둘이서 고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영화를 보고 있는 아내와 달리, 내 마음엔 그럴 여유가 한 조각도 남아 있지 않았다. 비행시간 내 모니터에 비행기의 현재 위치가 표시되도록 화면을 켜놓은 체, 초조하게 모니터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gps가 제주도 상공임을 가리키자 창문 가리게를 열고, 우리 반도의 남쪽 끝 해안선의 불빛들이 반짝거리는 걸 바라보았다. 그제야 그리운 고국으로 돌아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쯤이면 무안공항 위를 날고 있을 텐데....! 갑자기 가슴이 조여오기 시작했다. 아직 그곳엔 여행을 끝마치지 못한 많은 이들이 남아 있었다.
그들은 지금 어디를 여행하고 있을까.....?
낯설고 불편한 곳에서 얼마나 고국을 가족을 그리워하고 있을까...?
그들의 여행은 언제쯤 끝이 날까...?
난 먹먹해지는 가슴을 누르며 아내 몰래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난 기도했다, 부디 그들의 긴 여행이 끝이나 길...!
그래서 평안한 곳에서 꿈도 꾸지 말고 깊이 잠들기를....!
복잡해진 감정과 마음을 책처럼 읽고 있을 때....
띵띵띵~ 착륙준비를 알리는 시그널이 울리고 있었다.
[에필로그]
우리는 왜 위험과 불편함을 감내하면서 까지 여행을 떠나는 걸까?
우리의 유전자 속에 녹아 있는 미지에 대한 호기심과 탐험의 욕망은 과연 선한 것인가?
3박 4일의 여행을 통해 나는 또 무엇을 얻었고 알았는가?
여행을 다녀와 글을 쓰는 이 시간, 아시아와 유렵의 어느 경계에 있을 딸이,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여행이 내어주는 기름진 마음의 선물을 한아름 안고 돌아오길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