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둥절! 크루즈 탐험기 [3]

by sinwolrang

[3편]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감옥선


크루스 생활 첫째 날은 승선해 객실 찾기, 짐 풀기, 지정된 식당 찾아 밥 먹기, 공용 시설 위치 파악하기를 하다 보면 다들 녹초가 된다.


우리 객실은 내측 객실로 창문이 없어 배가 출항을 한 줄도 해가 저문 것도 날이 밝아 오는 것도 모른 채 생활했다. 답답함이 밀려오면 갑판에 나가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바람을 쐬거나 선내 신문을 통해 공연시간을 파악해 극장을 찾아 공연을 보았다. 각층 로비마다 바가 있었고 그곳에선 항상 작은 공연들을 볼 수 있었다.



첫날밤은 피곤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침대에 누워 온몸의 감각들을 동원해 보니 환기구를 통해 윙윙 거리는 기계음만 들릴 뿐, 11만 톤이 넘는 강철 구조물이 물 위에 떠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항해 둘째 날 낯선 잠자리여서인지 번뜩 잠에서 깨어났다. 창문이 없으니 여명의 밝기로 시간을 예측할 수가 없었다. 시계를 들여다보니 새벽 4시였다. "좀 더 누워있자" 하다 갑자기 답답함이 밀려와 자릴 박차고 객실을 나와 9층 선미를 통해 갑판으로 올라갔다.



검은 바다와 잿빛 하늘이 맞닿은 수평선 위로 인광 같은 푸르스름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종일 망망 바다 위 크루즈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 전일 항해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아침을 먹기 위해 객실을 나서는데, 세상 가장 부지런한 우리 어르신들은 벌써 이쑤시개를 입에 물고 각자의 객실로 돌아오고 있었다. 아침을 먹고 다시 갑판에 나가보니 비가 흩날리고 있었다. 거칠어진 파도는 뱃전에 부딪쳐 하얗게 부서지고 있었고, 음산한 날씨 때문인지 갑판에 나와 있는 승객은 거의 없었다.


비를 맞으며 갑판 위를 걷고 있으려니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에 나오는 감옥선과 탈옥해 습지에 숨어 이를 닥닥 거리며 추위에 떨고 있던 '매그위치'가 떠올랐다.



인생을 열심히 산 죄인들이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감옥선에 갇혀 살고 있다는 엉뚱한 상상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하루가 생각보다 그렇게 지루하거나 따분하진 않았다.


크루즈에선 승객들에게 단 한순간도 지루해할 틈을 주지 않는다. 수준 높은 공연과 다채로운 이벤트는 시간이 아깝지 않았으며, 면세점과 카지노는 승객이 승선해 하선할 때까지 쉼 없이 승객들의 영혼과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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