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둥절! 크루즈 탐험기 [2]

by sinwolrang

[2편] 크루즈도 타자마자 밥부터 먹인다.


갱웨이를 지나 선내에 들어서자 우리는 다시 한번 "우~와~" 하며 감탄을 내뱉었다. 1층 로비를 중심으로 좌우로 길게 복도와 객실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으로 올라 지정된 객실을 찾기 위해 개미굴 같은 미로 속을 헤매고 다녔다.


파란색은 선수, 노란색은 중앙, 빨간색은 선미, 객실 번호가 짝수는 좌현, 홀수는 우현이라고 끊임없이 반복해 외치던 인솔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 뿐 우리는 방향을 잃고 반쯤 넋이 나간 뒤에야 간신히 지정된 객실을 찾을 수 있었다. "아이고~, 이런 복잡한 곳에서 엿 세나 머물러야 한다고!" 장탄식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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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숨을 돌리고 나자 조별 저녁 미팅 시간이 되었다. 미팅 장소인 정찬 식당을 찾아가기 위해 다시 한번 선내 지도를 보며 이동 계획을 세워야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내려 계단을 이용해 3층 식당으로 내려가는 길이 가장 최적의 루트였다. 크루즈 선내는 대형극장, 식당, 바 등이 있기 때문에 일부 층은 통로가 일자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중간에 끊어져 있기도 한다.


난 차에 내비게이션이 없던 그 시절 타고난 방향감각과 '전국 도로현황 지도' 한 장만 들고서 막힘없이 전국을 누비고 다녔던 사람이다. 아내는 이런 나를 인간 내비게이션이라며 치켜세우기까지 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3차원 구조의 크루즈 선내에서 이런 나의 명성은 처참히 무너지고 말았다. 몇 바퀴 같은 곳을 돌고 여러 번 같은 계단을 오르내리자 급기야 아내는 짜증 섞인 말투로 타박을 하기 시작했다. "이래서 오늘 안에 밥은 먹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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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찾은 식당 앞은 길을 잘 못 든 사람들과 그들을 안내하는 사람들로 시장통 같았다. 말쑥한 제복을 입은 웨이터를 따라 식당에 입장해 조별로 마련된 식탁에 앉아 코스별로 원하는 음식을 주문했다. 화려한 식당 분위기와 낯선 서비스에 잔뜩 주눅이 든 채 난생처음 서양식 정찬 코스요리를 먹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법칙은 '피타고라스 정리'처럼 정확히 일치했다. 새 모이만큼 나오는 뭔가 입에 맞지 않는 음식들, 전체요리에서 디저트까지 중간중간 어색한 기다림의 시간들, 어떻게 서양 사람들은 새 모이만큼 나오는 음식 몇 접시를 두서너 시간씩 앉아 먹을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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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첫날은 아무것도 모르고 인솔자에게 이끌려 정찬 식당을 오지만 다음날부터는 정찬 식당이 취향이 맞지 않는 사람들은 뷔페식당이나 유료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한다. 하지만 나는 아내의 고집 때문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정찬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여보~ 배 값으로 낸 돈이 얼만데~, 꿋꿋이 찾아 먹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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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끼에 두 번의 간식까지 하루 다섯 끼를 먹을 수 있는 크루즈는 먹는 인심은 후하다. 배에 승선하자마자 밥을 먹이고 하선하는 당일 아침까지 밥을 먹인다. 하지만 매일 거의 같은 음식이 나오다 보니 이삼일 지나면 식욕이 서서히 사라진다는 게 문제다.


그때부터는 비밀리에 가져온 김치, 맥주, 컵라면이 대 활략을 펼치기 시작한다. 음식에 까탈스러운 내가 혹시나 해 가져온 3 총사가 없었다면 느글거리는 서양 음식들 속에서 고생 좀 했을 거다.


하지만 아직도 의아하게 생각되는 일은 우리 어르신들의 접시는 매일 매 끼니마다 음식들로 수북했다는 것이다. 이런 의문에 아내는 "저렇게 잘 드신다는 건 건강하시다는 거죠!", "건강하시니 저렇게 여행을 다니시는 거고!", "그러니 당신도 그만 좀 툴툴거리고 먹기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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