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둥절! 크루즈 탐험기 [1]

by sinwolrang

[1편] 크루주선 위용에 압도당하다.


지난 유월 큰 맘먹고 예약했던 생에 첫 크루즈 여행 날짜가 시들해진 여름과 함께 눈앞으로 다가왔다. 20년 전 인천항에서 제주항까지 왕복하는 카페리선을 두어 번 타보기는 했지만 바다 위를 떠다니는 호텔이라 불리는 크루즈선을 타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승선 당일 아침 4시간 거리에 있는 부산 국제여객터미널로 가기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섰다. 중앙고속도로 하행선 안동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2시간을 더 달려 11시가 좀 넘어 부산항에 도착했다. 여객터미널 주차장은 여행의 기대와 설렘을 싣고 온 차들과, 여행을 끝낸 이들의 피로함과 아쉬움을 실어 나를 차들로 가득했다.


주차를 하고 차에서 짐을 내리고 있는데 낯선 중년 남자가 다가오더니 대뜸 "크루즈 타러 오셨죠? 저도 크루즈 타러 왔습니다." 하며 내게 악수를 청해왔다. 좀 당황스러웠지만 한배를 타게 된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거니 하며, 여행에 대한 기대로 한껏 들뜬 표정을 짓고 있는 그와 어색한 악수를 나누었다. 여행은 이렇게 사람과 사람의 만남으로 시작되었다.



나는 트렁크 두 개와 작은 배낭 두 개로 짐을 꾸려 왔다. 사실 크루즈는 비행기와 다르게 수화물 무게 제한이 엄격하진 않다. 본인 능력껏 짐을 꾸려와도 상관없다. 그래서인지 좀 과장되게 말해 준 이사 수준으로 짐을 싸 오는 분들이 더러 보이기도 했다. 나 또한 비행기를 이용한 여행 때보다 충분한 여벌 옷가지와 노트북, 좋아하는 간식 등 평소 사용하던 물건들을 부담 없이 챙겨 왔다.


짐들은 여객터미널까지만 끌고 오면 그다음은 크루즈 선사에서 객실 앞까지 옮겨다 준다. 크루즈는 항공기를 이용한 여행과 달리 숙소를 옮길 때마다 짐을 몽당 싸 들고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없다. 자고 나면 새로운 여행지에 도착해 있다. 모든 짐을 배에 두고 현지인처럼 간편 복장에 슬리퍼만 신고서 이국의 거리를 자유롭게 걸어 다니는 것도 가능하다. 바로 이 점이 크루즈 여행의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크루즈 여행에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여행지가 너무 마음에 들어 좀 더 머물고 싶어도 반드시 출항 시간에 맞춰 배로 돌아와야 한다. 현지 야경이나 밤거리 문화를 체험하는 건 불가능하다.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여객터미널 3층 한식당은 크루즈 여행객들로 북새통이었다. 당분간 한식을 먹지 못하리라는 마음에서 인지 다들 진지한 표정으로 된장찌개며 탕국 등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여행사에서 사전 공지한 조별 미팅 장소에 도착해 보니 5박 6일 동안 우리 안내자가 되어줄 인솔자가 숫자 7이 적힌 흰 삼각 깃발을 머리 위로 흔들고 있었다. 둥근 안경을 쓴 야무진 인상의 인솔자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승선 티켓과 선내 생활 안내 책자 등을 건네받았다. 짐을 보내고 미팅이 끝나자 출국심사와 보안검색을 위해 이동했다.


까다로운 공항과 다르게 여객터미널은 모든 게 빠르게 진행됐다. 게이트에 들어서자 창문 너머로 출항 준비를 끝낸 무게 11만 Ton, 길이 290M, 14층 높이의 크루즈선이 웅장한 위엄을 뽐내며 거인의 콧구멍 같은 두게의 굴뚝으로 검은 연기를 쉭쉭 내뿜으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일제히 "우~와~" 하며 감탄사를 내 뱄었다. 그 순간 입을 다물고 있거나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이는 단 한 사람도 볼 수 없었다. 갱웨이를 통해 크루즈에 줄지어 승선하는 모습이 마치 일개미들이 일과를 끝내고 줄지어 개미굴로 들어가는 모습과도 같았다. 모든 승객이 승선을 마치자 "부~웅~" 하는 뱃고동 소리와 함께 거대한 배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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