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알 유희

헤르만 헤세

by sinwolrang

처음은 낯설지만 글 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일관성의 명료한 주장에 납득되어 간다.


이 책을 읽어나갈수록 최근 읽었던 그의 작품 '데미안', '싯다르타'를 다시 반복해 읽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만큼 헤세는 선과 악과 같은 양극성으로 가득한 혼란한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자신만의 독특한 정신적 통찰과 사유 유희를 통해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유희학 개론서처럼 조금은 난해한 서문을 시작으로 크네히트라는 인물의 전기와 유고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유리알 유희는 수많은 다양성을 넘어 내면의 고유한 정신에 이르는, 즉 신에 다가가는 것'이라고 유리알 유희를 설명하고 있다. 서문 전체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유리알 유희에 대한 개념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정금과 같은 고순도의 정신적 행위, 우리의 정신이 가 닿을 수 있는 한계 그 끝에 이르는 것, 어느 것에도 속하거나 구속받지 않는 인식과 사유의 자유로움 속에서 탄생하는 밝게 빛나는 아름다움과 평화로운 안식.



한 소년이 유희 명인을 만나 영재로 선발되어 종교적 수도원과 같은 엄격히 절제된 삶을 살고 있는 이상적 유희 구도자들의 세상인 카스탈리엔에서 성장하게 된다. 크네히트는 탁월한 유리알 유희 능력으로 이례적으로 젊은 나이에 명인의 지위에 오르게 된다. 자신을 이끌어준 스승의 정신과 육체의 이상적 종말에 깊이 매료되고 감명받기도 하지만, 카스탈리엔의 고고한 이상안에 머물러 있는 유리알 유희에 한줄기 회의와 의심을 갖게 된다. 결국 그는 보장된 지위와 편안함을 버리고 자신이 결코 부인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현실 세상에서 자신의 유리알 유희를 완성하고자 한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펼쳐보지 못하고 허무하게 죽음을 맞게 된다. 숨 막힐 듯 정제되고 절제된 요제프 크네히트의 인생과 정신이 죽음을 통해 비로소 해방된 것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거대한 강을 그는 건너보고 싶었던 것일까!, 자신만의 유리알 유희를 통해 신에게 다가서기 위해, 그게 죽음일지라도...!


인간의 인식과 사유의 크기가 저 광활한 우주와 같다고들 한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모든 걸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우리의 정신이 가 닿을 수 있는 한계와 끝은 존재하는가! 그럼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가! 우리 정신이 열반에 들고 깊은 깨우침과 내면으로 깊이 침잠하여 현실 세계에서 잠시 벗어난다 해서, 순백의 공허한 세계관에 몸을 던진다 해서 그게 끝은 아닐 것이다. 이것이 우리 세상과 정신을 세우고 있는 기둥과 같은 유리알 유희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지 않을까!


밥벌이에 최적화된 내 사유의 초라함과 저속함에 그 음울함에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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