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을 보고
오늘 난 무력감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사실에 주먹을 꽉 쥐고 붉어진 눈시울을 느꼈다. 역사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지 못 함에 스스로가 수치스러웠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시작되고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주변 친구들이 영화를 보고 난 후 화가 정말 많이 난다. 너무 재밌어서 한 번 더 봐야겠다 등 다양한 문장으로 영화에 대한 칭찬을 했기에 예매를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 시작을 임했다.
크나 큰 잘못이었다. 그래도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생각했던 나였기에 하나회, 서울의 봄 등 큰 줄기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고, 누가 끝까지 신군부 세력에 맞서 싸웠는지는 찾아보고 공부할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그리고 역사에 대한 인식을 영화를 통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던 것은 좋았으나 그전에 미리 알고 있어야 했다는 죄책감이 끊임없이 들었다.
2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이지만 전혀 길다고 느끼지 못했다. 무능력한 육본 수뇌부들의 모습,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나라를 집어삼키려는 하나회, 그 하나회에 맞서 끝까지 투쟁했던 소수의 작은 영웅들을 생각하니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지나간 역사이기에 다시 되돌릴 수는 없다. 그때 어떻게 했더라면이라는 생각도 지금은 아무 소용이 없다. 역사는 이미 진행되었고 그 누구도 현재에서 과거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나 지금부터 살아가야 할 미래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인 현재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무력감, 분노, 슬픔이 영화가 끝나면서 사라지면 안 된다. 아무 일 없던 듯이 한 편의 영화로만 받아들이면 안 된다.
내가 만약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생각을 해보았다. 선뜻 정우성이 연기했던 장태완 장군처럼 행동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기억하려고 한다. 절대 잊지 않고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나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를 바로잡기에 너무 부족한 한 사람이지만, 누구보다도 최선을 다해 기억하겠다. 또다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억하고 또 기억하겠다.
상영이 끝나기 전에 다시 보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