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W Dec 08. 2023

갈매나무를 생각하며

삶을 대하는 자세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음속에 품고 있는 시 한 편씩은 다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백석의 시인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 매료된 것은 고등학교 1학년때였다.


나는 항상, 초등학생 때부터 교사를 꿈꿔왔었다. 초등학생 때는 초등교사를, 중고등학생 때는 중등교사를 지망했었다. 지금은 교사의 꿈을 포기했지만, 그때는 칠판에서 멋지게 분필을 휘날리며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이 정말 멋지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 교사 중에서도 국어 교사를 심어준 것은 내 1학년 담임선생님과 그 선생님의 수업 시간에 배운 백석의 시 한 편이었다. 시가 인상적이었던 건지 아니면 선생님의 원래도 좋았던 수업이 더 좋게 느껴졌던 건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시의 마지막 구절인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를 끝으로 수업이 마무리되었을 때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겠는 강력한 여운으로 인해 머릿속에서 시의 구절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그때부터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면 갈매나무를 생각하곤 한다. 추운 겨울에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쓸쓸한 거리에서 언제 그칠 줄 모르는 하얀 눈을 계속 맞고 있는 갈매나무를 생각한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시집을 꺼내 시를 읽고 또 읽는다.


시의 모든 구절을 사랑하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구절은 마지막에 있다. 그중 특히 갈매나무를 설명하는 두 단어는 매 순간 나의 길잡이가 되어준다. ‘굳고’, ‘정한’… 아무리 외롭게 서서 눈을 맞아도 절대 무너지지 않는 의연한 갈매나무가 되고 싶다.


갈매나무를 생각하며 시를 읽고 시집을 덮고 나면 항상 갈매나무가 되고 싶은 나를 마주한다. 매번 시를 읽을 때마다 갈매나무가 되고 싶다는, 그리고 갈매나무에게 의지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너무나도 나약한 존재이나 그러나 자신을 보며 힘을 내라고, 자신과 같이 눈을 맞자고 갈매나무는 말을 해준다.


내가 만들어내는 나만의 갈매나무가 굳고 정한 모습으로 영원히 서있길 바란다. 물론 수없이 많은 눈을 맞을 것이고, 매서운 칼바람이 지나갈 것이며, 가끔은 버티기 힘든 그런 날들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수식어를 좋아한다. 이 수식어 뒤에는 항상 무언가를 이겨낼 것이라는 의미가 올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갈매나무가 되고 싶다. 꿋꿋이 서있는 그런 갈매나무. 모두에게 한 그루의 갈매나무로 기억되고 싶다.


이전 07화 평범하게 하루를 보낼 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