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인정에서 시작된다

숨은 채로 자라는 중입니다 4

by 유신유

「나의 어두운 부분, 혐오스러운 부분을 인정했다.

인정했더니 나 자체를 사랑하게 되었다.

너도 그렇다. 그 자체로 사랑하게 될 거다.」


이전의 나는 내 안의 어두운 부분을 마주할 수 없었다.

질투심, 자격지심, 피해의식, 상대를 미워했던 마음,

애써 외면했던 실패와 외로움, 그리고 두려움들.

드러내지 않았지만 나는 조용히 그 마음들을 삼켰다.


그런 건 ‘나답지 않다’며 자꾸만 밀어내고 감추기 바빴다.

잘못된 마음, 추한 모습, 못난 감정이라며 덮어두고만 살았다.

하지만 결국 무너지고 나서야 인정했다. 그건 모두 나였다.


그 마음도, 그 반응도, 그때의 나로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껴안아야 할 역사였다.

그걸 인정하자 나는 나를 조금 덜 미워하게 되었다.


그 어둠을 직면하고 나니 빛나는 나도, 모난 나도

모두 같은 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제야 비로소, 나 자신을 조금은 사랑하게 되었다.

부족한 나를 지적하는 게 아니라

나 자체로 안아주는 연습이 시작된 거다.


예전엔 나 자신이 싫고,

어디까지 가라앉는지 무서웠다.

하지만, 그 밑바닥까지 내려앉고 인정하는 순간

나도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아주 조용히, 그러나 깊이.








어둠을 외면하다


나는 나의 어두운 면을 마주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오랫동안 외면하며 살아왔다.

그런 감정은 나쁘다고 여겼고, 나답지 않다며 외면했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봐 꼭꼭 눌러두었다.

그렇게 부정적인 감정을 덮는 데 익숙해졌고, 긍정적인 말들로 나를 포장하며 ‘문제없는 사람’처럼 살아가려 애썼다.


그러나 그 감정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아닌 척할수록, 오히려 내 안 깊숙한 곳에서 자라났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이 감정과 경험들은 내 정체성의 일부였고, 지금의 나를 만든 과정이었다는 것을.

내면의 어둠은 내가 더 깊어지는 이유가 되었고,

그것을 들여다보는 법을 배운 덕분에 나는 나를 조금씩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한때는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던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사랑이란 무엇인지 아주 조금은, 알아가고 있다.



억눌린 감정의 그림자


어린 시절의 나는 잘 웃고, 조용하고, 주변에서 흔히 말하는 ‘착한 아이’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착해지려 애썼던 아이’였다. 시기, 불안, 분노 같은 감정은 내가 가져서는 안 되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럴 땐 무관심한 척하며 덮어두었다.


그게 나를 지키는 방식이라고 믿었지만, 사실은 그 감정들이 드러나는 게 두려웠다. 그 사실을 설거지를 하다 무심코 떠올랐다.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면 나쁜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웠고, 결국 혼자가 될까 봐 침묵했다. 누군가가 잘못해도, 내가 감정이 상해도, ‘내가 참고 넘기면 되지’ 하며 모든 책임을 내 쪽으로 돌렸다.

그 미련하고 조용한 인내는 어느새 내 삶의 기본값이 되어 있었다.


억눌렀던 감정들은 결국 다른 방식으로 흘러나왔다.

컵을 탁 내려놓는 손끝, 차가워진 말투, 표정에 스쳐가는 냉기. 침묵 속의 분노가 나를 지배했다.

불안은 방어적인 태도로 드러났고, 남을 믿기 어려워졌고, 관계는 점점 불편해졌다.


조용하고 좋은 사람인 척할수록, 오히려 나는 더 많은 어둠을 품고 있었다.

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니,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나를 바라보는 전환점


전환점은 성공의 순간이 아니었다. 오히려 조용한 실패, 무시할 수 없는 내면의 소용돌이 속에서 찾아왔다.

그제야 알았다. 질투, 불안, 외로움... 이 모든 감정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상처받은 나의 신호였다는 것을.

그 감정들은 내가 어떤 욕구를 채우지 못했는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었는지 조심스럽게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처음으로 이 감정들을 죄로 보지 않고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 마음이 나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어둠을 마주하는 건 생각보다 더 어렵고 아팠다.

하지만, 그 감정을 인정하고 이름 붙이는 순간, 그 막연한 어둠은 조금씩 힘을 잃었다.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질투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였고, 불안은 거절의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분노는 외면당한 상처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이유 없는 감정은 없었다.


나는 그 감정의 뿌리를 찾아가며 한때 외면했던 나 자신에게 조금씩 연민을 건넸다.

그리고 조금씩 좋은 나, 나쁜 나라는 이분법도 흐려졌다. 분노하는 내가 사랑할 줄도 아는 사람이라는 걸,

불완전한 내가 누군가를 치유할 수도 있다는 걸 조금씩 믿게 되었다.



자기애의 시작


자기 사랑은 결점이 없는 내가 아니라, 결점을 품고 있는 나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괜찮다고 말해주는 일.

자기애는 자화자찬이 아니라 자기 연민에서 시작된다.


친구에게 하듯이 나에게도 온화하고 부드럽게 말해주는 것이다.

“괜찮아. 충분히 잘하고 있어.”


지금도 익숙한 방어기제로 도망치고 싶은 날이 있다.

불안과 두려움이 스며들어 혼자 바닥을 치는 날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묻는다.

“정말 다시 그 어둠 속에 나를 버릴래?”


아니다. 나는 이제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내 안의 어둠과 빛을 함께 안는 법을.

그 모든 것이 나를 만들었고,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는 것을.



이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멈춰 서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를 이해하려는 이 조용한 여정 속에 진짜 변화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마침내, 내 불완전함 덕분에 나는 더 깊고 따뜻한 사랑을 배울 수 있었다는 것을.


빛뿐 아니라, 어둠까지도 안아주는 사랑.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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