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채로 자라는 중입니다 5
나는 예전엔 완벽해지고 싶었다.
흠잡힐 데 없는 말, 흐트러짐 없는 태도,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고,
나 스스로도 만족할 만큼의 결과.
그런데, 그 완벽함을 좇는 삶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지 않고
오히려 깨지기 쉬운 유리처럼 만들었다.
작은 실수 하나에도 내 존재 전체를 부정하게 되었고,
조금만 틀어져도 스스로를 몰아세우기 바빴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완벽하다는 건 더는 배울 것도,
바꿀 것도 없다는 뜻일 수 있다고.
그건 멈춘 상태이지 성장의 상태는 아니었다.
나는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실수도 하고, 때로는 후회하고,
조금씩 바뀌고 다시 나아간다.
완벽하지 않아서 괴로울지 몰라도,
그 말은 곧 지금 여기서부터 깨닫고 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완전하지 않기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완전하지 않기에 앞으로의 가능성이 열린다.
나는 오늘도 불완전한 나로 살아간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이 오히려 내 삶을 더 유연하게,
더 넉넉하게 만들어준다는 걸 조금씩 배우고 있다.
완벽하지 않기에, 우리는 언제든 새로워질 수 있다.
완벽함은 때로 개인적인 성취뿐 아니라, 비판과 실망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패가 되었다.
그러나 그 이상을 좇는 동안, 나는 완벽주의 안에 놓인 역설과 마주하게 되었다.
어릴 적부터 완벽해야만 사랑받고 안전하다는 믿음을 품고 있었다.
그 믿음은 자라면서 더 깊어졌고, 어느 순간부터 완벽은 선택이 아닌 '당연한 것'이 되었다.
완벽한 말을 해야 했고, 실수하면 안 되었으며, 남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모든 것을 조심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나는 늘 조심스럽게 말했고, 행동을 검열했으며,
누군가의 실망이나 비난이 두려워 스스로를 극도로 억눌렀다.
완벽해야만 가치 있고, 사랑받고, 안전할 수 있다는 확신이 나를 지배했다.
그 신념은 하루하루를 끊임없는 시험의 연속처럼 만들었다.
실수는 허락되지 않았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전전긍긍했다.
심지어 대화를 머릿속에서 몇 번이나 되짚으며, 잘못 말한 부분을 후회하고 괴로워하곤 했다.
그렇게 쌓아온 완벽함은 결국 나를 더 강하게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의 충격에도 쉽게 깨지는 유리처럼, 나를 더 취약하게 만들었다.
작은 실수 하나도 나를 무너뜨렸다.
그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닌, '내가 잘못된 존재'라는 신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실수를 학습의 기회로 보지 못하고, 실패는 곧 무능함이라고 여겼다.
그러다 보니 도전을 피했고,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했다.
점점 세상은 좁아지고, 나의 자신감은 위축되어 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깨달음은, 의외로 조용한 순간에 찾아왔다.
"완벽함은 정말 나를 지켜줄 수 있는가?"
"완벽하다는 건, 더 이상 성장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아닐까?"
나는 그 물음 앞에서 처음으로 주저앉았다.
완벽함은 성장의 끝, 멈춰버린 상태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받아들였다.
그 순간, 마음 한켠에 슬픔이 스며들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희망도 피어올랐다.
나는 더 이상 완벽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때부터 나는 '불완전함'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실수는 나의 무능이 아니라 가능성이었고, 후회는 고통이 아니라 변화의 촉매였다.
결함이라 여겼던 부분들이 사실은 나를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였다.
물론 완벽주의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몸에 밴 태도는 나를 끊임없이 채찍질했지만,
나는 조금씩 나를 용서하고, 한계를 인정하고,
실수하는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그때서야 비로소, '배움'과 '자유'가 다시 내 것이 되었다.
불완전함을 받아들이자, 도전이 두렵지 않았다.
실패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 안에 배우려는 마음이 생겼다.
좌절 속에서도 다시 시도할 용기와 복원력이 생겼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나답게 살기 시작했다. 타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예전에는 스스로를 엄격히 평가했던 만큼, 타인에게도 관대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의 불완전함을 인정하자, 타인의 연약함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와 모두 실수를 하며, 그 안에서 성장하는 존재다.
그 사실을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진짜 연결과 공감이 가능해졌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매일이 새롭고, 배울 수 있고, 변할 수 있다.
어제의 실수는 오늘의 성장이 되고,
내일은 더 나은 나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된다.
도달할 수 없는 완벽함의 이상을 내려놓으면서,
나는 더 깊고 지속적인 충만감을 발견했다.
나는 매일매일 더 유연하고, 관대하며, 희망을 가지고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
불완전함은 한계라기보다는 나의 성장의 원천이자 인간성의 근원이다.
이 지속적인 여정에서 나는 수용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재생의 약속을 발견한다.
완벽함은 끝이지만, 불완전함은 ‘다시’의 시작이었다.
그 불완전함 덕분에, 나는 다시 느끼고, 다시 꿈꾸고 있었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