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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별 May 10. 2016

비야

비를 닮은 나의 이별에게


비야, 나는 호기심이 돋는 어감이 들어 너를 불러본다. 불러서, 본다. 그래. 확실히 해둘 것은, 이 비는 어쩔 수 없이 마주친 것이 아니라 내가 부른 것이다. 내가 부른 비를 본다. 참 아름답지만 참 못나기도 했구나.

비야, 생각지 못 했던 사실이 있었다. 네가 오니 나는 눈물을 흘리는 모양새가 된다. 네가 나를 덮치니 눈가까지 너로 고이고, 푹 젖은 채 결국 스며들지 못해 흐른다. 그렇다고 너의 잘못은 없다. 너는 내가 부른 것이기 때문에 나는 원망조차 하지 못하고 너에게 흠뻑 젖는다. 울지 않지만 울고 있다.

비야, 너의 향이 걷힌대도 나는 혹여나 네 기억을 잊을까 발 밑에 생긴 웅덩이에 고개를 박고 익사를 시도한다. 하지만 다시 고개를 든다. 사형보다 무기징역이 더 잔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법. 너를 끌어안고 지금 죽는 것이 아니라 그리움으로 자해를 하며 끝까지 연명하는 것이 차라리 속죄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무감각한 내면에 사정없이 돌팔매질을 한다.

비야.

아니, 차마 비겁한 나는 심장이 내려앉아 이름을 부르지 못 해서 다른 온갖 슬픈 이름에 빗대었다 몇 번이고 찢어버린 나의 이별아.

너를 부른 나는 하릴없이 죄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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