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도 파악하기 힘든 사랑을 하고 있던 날을 같이 견뎌준 것은 불량 식품 같던 미신이었다.
나는 신문에서 내 별자리인 게자리의 운세보다 당신의 별자리던 황소자리를 훨씬 많이 찾아보곤 했고, 내 혈액형인 A형의 운세보다 당신의 혈액형이던 AB형의 운세를 훨씬 많이 찾아보곤 했다. 주로 나와 당신의 하루를 혼자 점쳐보다가 가끔은 세상에서 제일 부질없는 가능성을 점치곤 했다. 게자리와 황소자리의 궁합을, A형과 AB형의 궁합 같은 것을. 한 번은 인터넷에서 이름 궁합을 몰래 본 적도 있다.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마치 당신이 내게 고백이라도 한 것마냥 얼마나 황홀한 기분이 되던지.
현실에서는 눈도 마주치기 어려운 당신의 미소 한 번을 꿈에서라도 보고 싶어서,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당신 사진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베개 밑에 놓아두고 잠들었지만 아침이 되면 역시나 '이런 미신 따위 먹힐 리가 없지' 하곤 역정을 내며 즐겁게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꽃잎을 하나씩 따면서 좋아한다, 아니다 놀이도 해봤지만 이상하게 단호하다 싶을 정도로 항상 끝은 아니다가 나와서 결국 절레절레 고개를 저어버렸다가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하필 석양이 예쁘기라도 하면 내 곁에 둘 수 없는 당신이 야속해 어찌 그리도 목이 메던지.
사람들이 종교를 믿는 것은 결국 어딘가에 기대고 싶은 마음 때문이겠지. 보이지 않더라도 어딘가에 희망이 있다고, 영원의 행복이 있다고 믿고 싶은 마음 때문이겠지. 나는 종교에 귀의하는 사람들의 마음으로 미신의 신자가 되었다. 하지만 사실 미신에 온전히 복종한다는 것보다는 나는 당신을 숭배하기 위해 미신을 빌린다는 표현이 맞았다. 미신은 경전, 당신은 나의 신. 당신과 신은 실체를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참 닮았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