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어느 토요일, 은유로 기록한 일기
우리가 만나는 날에 처음으로 비가 내렸다. 너무 피곤했던지라 까무룩 잠이 들었다 일어나 보니 사방으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세찬 비였고 잠깐의 한기를 느꼈다. 너를 더 꼭 안았다.
빗소리는 어디든 내렸다. 찰나의 소나기는 빗줄기를 피해도 소리로 쏟아졌고 그 소리를 한없이 맞고 있었다. 그래도 행복했고, 그래도 불안했다. 막연하게 떨리는 마음. 그리고 그 감정들의 가운데에서 의지할 곳은 오직 너 뿐이었다.
비는 곧 그쳤다. 우리는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비 냄새가 온 세상을 메우고 있었다. 금방 생겨난 물웅덩이를 너는 문제없이 넘어갔지만 작은 보폭인 나는 온전히 넘지 못하고 끄트머리를 밟아버렸다. 살짝, 젖었다.
너는 문제없이 넘어갈 일도 나는 쉽게 넘지 못했다. 늘 어딘가 젖곤 했다. 이건 마음의 보폭 차이가 아닐까. 더 느리고 더 작게 걸음을 옮기는 내 마음은 늘 너보다 많이, 훨씬 많이 젖곤 했다. 원망도 슬픔도 분노도 시기도 모두 격렬하게 고여있는 것은 늘 나만 넘어가질 못했다. 늘 나를 울게 만들었다. 그래, 눈물은 늘 나의 것이었다. 심지어 네가 아플 것이라 생각해 울던 밤들도 지나고 나서 들은 말은 '넌 그저 가만히 있으면 됐는데'라는 말이었다.
우리를 생각하면 늘 아름다운 예감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한때의 행복한 시절로는 남겠지, 하고 여름을 보내며 계절의 한 가운데에서 나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