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지별 Mar 25. 2016

북극




자비로운 미소는 대부분의 이들에게 넉넉하게 주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시선으로부터 소외된 땅이 있다면 그게 나겠죠. 빛과는 너무도 멀리 떨어진, 그래서 어떠한 기척도 서로 닿지 않는 나는 당신 기준으로는 가장 동떨어진 음지.
대부분의 날은 체감온도가 영하권에 머무르지만 아주 가끔 조금 따듯한 시기는 있어요. 내게도 여름은 와요. 그 잠시 동안은 살만하다 느끼지만 결국은 또다시 싸늘하기만 한 몇 개의 계절로 돌아가죠.
북두칠성에 눈물을 담을 수만 있다면 차라리 반짝이기라도 할까요, 내가 흘리는 눈물은 어디에도 쓸모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나선 언제부턴가 눈물은 메말랐는지, 아니면 속에서 얼어붙었는지 알 수가 없게 되었어요. 그저 나는 외로움 위를 둥둥 떠다니는 거대한 얼음일 뿐이에요. 울지 않아요. 가끔 정말 울고 싶을 때가 있기는 하지만 혹시나 걱정은 말아요. 내 눈물은 꽁꽁 얼어 눈으로 내릴 테고, 그것들이 내 위로 쌓이고 쌓이면서 나는 더욱 단단해질 테니까요.
다만- 가끔은 당신이 사무치게 보고 싶어요.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넉넉한 따뜻함을 갈망해요. 그런 날에는 답이 없어요. 한 번이라도 나를 어루만져준다면, 하고 불가능한 생각들을 해보다 하루가 저물고 또 밤이 와요. 언제나 곁에 있어주는 것은 외로움이 전부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당신은 없지요. 아마 영원히 이렇겠죠. 영원히. 외로움에 담겨 있어도 이젠 차갑지도 않아요. 너무도 익숙해졌네요, 온기 없이 사는 것도.
나는 그 누구도 의도치 않게 고독해진 당신의 북극이에요.



작가의 이전글 처음이자 마지막 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